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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취월장, 현대 아반떼 1.6 VGT 디젤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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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품질에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됐다. 그 첫 조우는 투싼 ix 페이스 리프트였고, 이번에 아반떼 디젤에서 다시 한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디젤 엔진을 장착하고 등장한 아반떼는 처음 타 봤던 아반떼와 완전히 달라진 안정감을 갖추고 있었다. 디젤 엔진을 얹은 것보다 더 반가운 변화다.

강원도 알펜시아 인근에서 처음 시승했던 아반떼 MD는 가솔린 1.6 GDI 엔진을 얹은 모델이었다. 이전 모델에 비해 많이 향상된 성능으로 나름 재미있었지만 표기 출력 대비 실제 엔진 성능이나 고속 안정성 등에서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들은 어쩔 수 없는 현대차의 불치병인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난 투싼 ix 페이스리프트를 타 보고 현대가 변하고 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유격을 확실하게 줄인 스티어링과 잘 튜닝된 서스펜션이 안정적인 고속 주행성을 만들어 주었고, 저속에서부터 확실하게 토크를 전달하는 엔진 반응에서 수치적인 엔진 마력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주었다. 현대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분명 현대 개발진에서 이런 부분의 개선을 위해서 많은 공을 들였고, 그 결실이 몇몇 페이스리프트 모델 뿐 아니라 풀 체인지 모델인 뉴 제네시스에도 적용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에 타본 아반떼 디젤에서 다시 한번 그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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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아반떼는 고속에서 차체가 뜨는 느낌이 들고 스티어링에 유격이 많아 안정적인 조향이 힘들었다. 그런데 이번 아반떼 디젤은 스티어링 반응이 그야말로 쫀득쫀득하다. 다소 무겁게 세팅된 답력과 함께 유격을 과감하게 줄인 덕분에 고속에서도 정교한 조향이 가능하다. 더불어 서스펜션 세팅도 아주 만족스럽다. 충격을 다소 묵직하게 흡수하면서 1차 충격 후의 잔 진동도 매끄럽게 잡아 준다. 승차감이 상당히 고급스러워졌다. 기존 아반떼가 가볍게 부드러웠다면 지금은 묵직하게 부드럽다고 표현하고 싶다. 다만 전반적으로 무거워진 스티어링 답력은 저속에서 좀 더 가벼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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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i30에 적용되고 있는 1.6리터 VGT 디젤엔진으로 최고출력 128마력/4,000rpm, 최대토크 28.5kg.m/1,900~2,750 rpm을 발휘하고, 변속기는 자동 6단이 장착됐다. 엔진은 반응이 상당히 빠르고, 회전 상승이 매끄러우며, 저회전 토크도 기대한 만큼 제대로 뿜어져 나온다. 회전이 매끄럽게 상승하는 것에 비하면 엔진 음색은 특색이 없고, 매력적이지도 않다.

가속은 시원시원하다. 저회전에서부터 높은 토크가 차를 잘 밀어준다. 이미 i30를 통해서 많이 경험한 수준이다. 아반떼 가솔린 모델이 마력 수치 대비 성능이 부족한 것에 비하면 디젤 버전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성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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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은 4,300rpm 부근에서 이루어지고, 각 단의 최고속도는 40, 60, 85, 120km/h 정도다. 100km/h로 정속 주행할 때 회전수는 2,000rpm으로 최근 모델들에 비하면 디젤 엔진인데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100km/h 주행 시 회전수가 1,500rpm에 불과한 BMW 일부 모델에 비하면 연비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세팅이다. 아반떼 1.6 VGT 자동 6단의 복합연비는 16.2km/ℓ (도심:14.8km/ℓ, 고속도로:18.5km/ℓ)다. 가솔린 1.6 GDI 대비 연비가 더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약 30% 이상 연비가 좋아지는 유럽 모델들에 비하면 아반떼 디젤의 연비가 아주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다이나믹한 주행을 좀 즐기고 나면 연비가 현격히 떨어지는 점은 독일산 디젤 모델들에 비해 많이 부족한 실력이다.

시승차에는 ISG가 적용 돼 있다. 차가 멈추면 자동으로 시동이 꺼지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자동으로 시동이 걸리는 시스템인데, 디젤엔진인데도 시동이 꺼지고 다시 걸릴 때 엔진 진동이 잘 억제된 편이다. 차가 멈춰서 시동이 꺼졌다가 시동을 걸고 아주 짧은 거리를 이동 한 후에는 시동이 다시 꺼지지 않고, 어느 정도 이상의 거리를 이동한 후에야 다시 시동이 꺼진다. ISG가 작동해 시동이 꺼지면 계기판에 시동이 꺼져 있는 동안의 시간이 표시되는 점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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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에 적용된 편의 장비는 그야말로 훌륭하다. 앞 좌석 냉방시트와 뒷좌석 열선시트, 그리고 뒷좌석 통풍구가 옵션으로 제공되는데 시승차에 적용돼 있다. 크루즈 컨트롤과 하이패스 룸미러도 적용된 반면, 파노라마 썬루프와 레인 센서는 빠져 있다.

스마트 키 시스템은 도어를 잠그면 사이드미러가 자동으로 접히도록 돼 있어 멀리서도 사이드미러가 접힌 상태를 보고 도어를 잠갔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다. 도어를 열 땐 네 문이 한꺼번에 열린다. 시동을 끄면 오디오를 포함한 모든 전원이 함께 꺼지는 것은 여전하다. 이 부분은 현재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오디오는 블루투스 스트리밍까지 지원하면서 음질도 기본 오디오 치고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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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선이 적용된 스티어링 휠은 직경이 크지 않고 적당한데다, 가죽 질감도 뛰어나고, 텔레스코픽의 이동 거리도 넉넉한 편으로 만족감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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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원형이 아니고 양쪽 귀퉁이에 각을 준 계기판 디자인도 여전히 멋지다. 다만 최근에 나온 현대차 중에는 계기판 가운데 모니터를 통해서 평균 연비, 순간연비, 주행가능 거리를 한 화면에 보여줘서 편리한 모델들이 있었는데, 아반떼는 평균 연비와 순간연비는 한 화면에 나오지만 주행가능 거리는 다른 화면에 나오는 점이 살짝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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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 디자인은 대체로 많은 이들이 좋아하고 있다. 디자인은 어차피 개인적인 선호에 따라 평가가 갈라지는 부분인데, 개인적으로는 앞모습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오래 봐와서 조금은 익숙해진 편이고, 후측면은 여전히 섹시한 것이 마음에 든다. 사실 아반떼 쿠페의 후측면보다 세단의 그것이 더 화려하고 섹시하고 역동적이라는 생각이다. 쿠페가 더 예뻐야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찾는 이들이 있을 텐데 아반떼는 세단이 더 예쁘다.

이번에 디젤 모델을 타면서 알게 된 것이어서 아반떼가 언제부터 지금과 같은 스티어링과 하체로 변화됐는지는 확인해 보지 못했다. 어쨌든 아반떼 디젤은 단순히 힘 좋고 연비 좋은 디젤 엔진을 얹었다는 것 이상으로 주행성능이 대폭 향상된 것이 무척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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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 디젤은 정말 잘 달리고, 최고급 편의장비들을 잔뜩 탑재하고 있어 편리하고, 디자인도 앞 모습만 제외하면 내 외장 모두 맘에 든다. 그래서 큰일이다. 그 동안 아반떼보다 뛰어난 주행성능과 디젤 엔진이 장착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반떼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던 i30가 이제는 유독 해치백을 좋아하는 이들이 아니라면 아반떼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워 질 것 같다. i30 출시 이후 i30 전도사라 자칭하고 다니던 필자도 지금은 i30보다 아반떼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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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가 이처럼 품질이 높아진 것이 무척 반갑다. 그 동안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던 부분을 비록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차근차근 개선하고 있는 것이 대견하다. 하지만 이제부터 현대차가 넘어야 할 산이 또 있다. 바로 소비자로부터 사랑 받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누적된 불만으로 인해 최근 현대 자동차는 뭘 해도 욕을 먹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신차 상태로만 볼 때 차를 이렇게 잘 만들고도 소비자에게 이렇게 욕을 많이 먹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신차 상태에서 뿐만 아니라 내구성을 높이는데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소비자로부터 뭔가 문제가 제기되면 진정성 있게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국내 소비자가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 소비자에 비해 더 많이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동등하게 존중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비자를 위한 정책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1년에 100여대 가까운 신차를 시승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현대차의 초기 품질 및 상품성은 거의 세계 최고 수준임이 명확하다. 이제는 이런 수준을 내구성과 고객 만족도 부분에까지 확대하지 않으면 국내 소비자에게 사랑 받는 현대차가 되는 길은 여전히 요원할 수 밖에 없다.

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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