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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5 하이브리드 시승기, 완벽한 중형 세단의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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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의 중형 하이브리드 세단, K5 하이브리드는 중형 세단에 바라는 모든 요소들을 완벽에 가깝게 갖춘, 그야말로 교과서 같은 차다. 하이브리드 세제 혜택을 받고도 최고 4,00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은 다소 부담스럽지만, 사양 선택에서 어느 정도만 타협한다면 합리적인 가격에 뛰어난 효율과 성능, 공간까지 누릴 수 있겠다.

3세대 K5는 기아차 역사 상 가장 인기있는 중형 세단이다. SUV 열풍 탓에 판매량 자체는 이전보다 줄었지만, 중형 세단의 절대강자였던 쏘나타를 출시 한 달 만에 넘어섰다. 2020년 들어서는 단 한 번도 쏘나타가 1위를 탈환한 적이 없다. 이전에도 K5나 타사 중형 세단이 쏘나타 판매량을 일시적으로 넘어선 적은 있었으나 이렇게 오랫동안 왕위(?)를 빼앗긴 건 십수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파워트레인이나 사양 면에서 쏘나타와 K5가 대동소이함에도 이처럼 K5가 선전하는 데에는 설득력 강한 디자인의 공이 크다. ‘무난함’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한 DN8 쏘나타의 변신이 너무 과했던 탓일까? 되려 이전 세대의 이미지를 계승하면서도 스포티함을 강조한 K5의 디자인이 훨씬 이해하기 쉽고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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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2020년형 K5 하이브리드 풀옵션 모델로, 일반 K5와 외관 상에서 드러나는 차이점은 프론트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의 형상 정도다. 2020년형까지는 최대 17인치 휠이 장착됐지만, 최근 출시된 2021년형에서는 추가 옵션으로 18인치 휠도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시승차에 장착된 17인치 휠도 제법 화려하게 꾸며져 크게 부족한 느낌은 없다.

프론트 범퍼는 공기저항을 고려한 것인지 일반 모델과 제법 다르게 생겼다. 좋게 말하면 차분한 스타일이고, 나쁘게 말하면 밋밋하다. 시승차는 어두운 컬러인 탓에 크게 티가 나지 않지만, 밝은 색상이라면 다소 얌전해 보일 수 있겠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입체적인 패턴은 일반 모델과 일견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보다 촘촘하고 정갈한 패턴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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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호감형인 외관과 마찬가지로, 인테리어 디자인도 취향을 거의 타지 않는다. 어딘가 수입차를 떠올리게 했던 2세대의 인테리어와 달리, 매우 잘 정리된 센터페시아 구성은 깔끔한 느낌을 주면서 조작 편의성도 살뜰히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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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와 내비게이션, 차량의 주요 시스템 제어는 상단의 10.25인치 디스플레이에 집중돼있고, 공조장치 제어는 하단에 위치한다. 열선/통풍 시트 버튼은 센터페시아에 배치하기에 공간이 부족했는지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와 함께 변속 다이얼 뒷편에 배치했는데, 기왕이면 다른 공조장치 버튼과 함께 모아뒀어도 괜찮았겠다.

우드 트림의 재질감이나 송풍구의 디테일 등 여러 요소가 이 차를 중형차급 이상으로 보이게 한다. 제법 기교를 부린 앰비언트 라이트도 은은한 포인트가 돼 준다. 비록 상위 트림에서만 들어간다는 점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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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관은 일반 K5와 대동소이하지만, 파워트레인의 차이는 크다. (당연히) 엔진도 다르거니와, 변속기 역시 하이브리드 전용 사양이다. 엔진은 152마력을 내는 2.0L 앳킨슨 사이클 엔진에 전기모터가 더해져 시스템 출력이 195마력에 달한다. K5에 탑재되는 4종의 엔진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이다. 연비주행을 할 때는 쉽게 체감되지 않는 성능이지만 작정하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제법 시원하게 뻗어나간다.

1.6L 터보나 2.0L 가솔린에 비하면 다소 엔진의 회전 질감이 거칠기는 하지만, 체급이 작은 코나나 아반떼 하이브리드에 비하면 소음도 진동도 확연히 적다. 정차 상태에서 출발 시 시동이 걸리는 충격은 살짝 느껴지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항속 주행 중에는 수시로 엔진의 시동을 끄는데, 오히려 고속에서 엔진 소음이 작아 시동 여부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변속기의 작동 로직이 재미있는데, 6속 오토임에도 락업클러치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마치 듀얼클러치 변속기처럼 직결감이 강하다. 효율을 중시하는 세팅인 탓이다. 직결감과 효율을 중시한다면 반갑게 느껴지지만, 부드러움을 기대한다면 울컥임에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그래도 DCT를 사용하는 중소형 하이브리드에 비하면 훨씬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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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친환경차이니 만큼 연비에 관심이 쏠린다. 17인치 타이어에 빌트인 캠이 장착된 시승차의 공인연비는 복합 18.8km/L. 복합 20.1km/L를 마크하는 ‘깡통’보다는 못하지만, 중형차로선 믿기 어려운 수준의 연비다. 1세대 K5 하이브리드는 공인연비를 내려면 꽤나 인내심이 필요했고, 2세대는 그럭저럭 공인연비 수준을 어렵지 않게 낼 수 있었는데, 3세대는 얼마나 더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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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도심과 간선도로 주행이 섞인 복합 환경에서 반나절 정도를 달리니 평균 20km/L 내외의 연비가 나왔다. 굳이 연비주행을 하려고 애쓰지 않고 일상적인 페이스로 달린 결과다. 이튿날에는 왕복 300km 가량의 장거리 주행을 이어서 했는데, 복합 연비는 22.2km/L까지 올라갔다. 고속도로 주행 구간만 놓고 보면 23.5km/L까지도 기록했다. 하이브리드 차량인 만큼 도심 연비가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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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에는 무려 128만 원짜리 태양광 전지 ‘솔라 루프’ 옵션도 장착돼 있었지만, 시승기간 내내 날이 흐리고 비가 와 큰 이득을 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떤 환경에서나 평균 20km/L 이상의 연비를 낸 건 기대 이상이었다. 200마력에 육박하는 성능을 내는 중형 세단이, 기름 한 통으로 1,000km를 달릴 수 있다니(K5 하이브리드의 연료탱크는 50L다)!

시승 내내 배터리 잔량은 거의 늘 절반 이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간혹 정체 구간에서 엔진 시동이 거의 걸리지 않거나, 추월가속 등으로 힘을 많이 쓴 경우 1/4까지 줄었지만, 이내 엔진 구동력을 분배해 배터리를 충전했다. 불과 5~6년 전, 배터리 잔량을 절반 정도 유지하기도 힘들었던 1세대 모델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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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필요할 때는 엔진과 전기모터가 힘을 합쳐 강한 가속력을 낸다. 도심에서 정차 후 재출발하는 경우, 고속도로에서 추월가속을 하는 경우에도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엔진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시스템이 도심에서는 다소 아쉬울 수도 있다. 전기모터를 최대한 사용하는 EV모드가 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골목길이나 녹색교통구역에 진입하면 자동으로 최대한 EV모드로 주행하도록 전환되는 데에 위안을 삼는다.

K5 하이브리드의 승차감은 고루하지도, 경박스럽지도 않다. 되려 스포티하게 조여 둔 쏘나타보다는 한결 편안하다. 부드러움과 탄탄함의 중간지점을 잘 잡은 느낌이다. 장거리 주행에도 피로감을 느낄 수 없고, 노면이 좋지 않은 곳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18인치 휠을 선택한다면 좀 더 단단해 질 수도 있지만, 17인치 타이어의 여유로움이 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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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내내 이 차의 단점을 찾아보려 애썼지만 쉽사리 흠을 잡을 수 없었다. 뒷좌석 도어 캐치에 스마트 키 인식을 위한 터치 스위치가 없다는 점, 형제차인 쏘나타에 비해 문 닫는 질감이 다소 빈 깡통 같다는 점 정도가 전부다. 그런 사소한 단점들은 이 차의 여러 장점을 가리기엔 역부족이다.

충실한 ADAS를 비롯한 풍부한 편의사양과 넉넉한 공간, 20km/L 이상의 실주행 연비, 200마력에 육박하는 시스템 출력, 편안하면서도 운전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서스펜션 세팅과 호감형 디자인까지. 스타일과 편의성, 실속까지 모두 챙길 수 있는 K5 하이브리드는 SUV가 대세인 요즘 시장에서 퍼스널 카이자 패밀리 카로서 매우 탁월한 대안이 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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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가지 걸리는 점은 가격이다. 2021년형을 기준으로 최상위 트림인 시그니처는 세제혜택 후 3,365만 원이지만, 내비게이션·ADAS 등 제법 많은 사양들이 선택 옵션으로 빠져 있다. 모든 선택 사양을 다 집어넣으면 가격은 3,862만 원까지 치솟는다. 유류비를 아끼자고 구입하기엔 너무 많은 웃돈이 요구된다. 형님뻘인 그랜저나 K7이 떠오른다. 실제 구매를 고려한다면 중간 트림에 필수 옵션만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겠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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