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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굿우드 롤스로이스 생산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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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도착한 다음 날 서둘러 외출을 준비했다. 오전에 롤스로이스 공장을 견학하고, 오후에는 굿우드 리바이벌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굿우드로 이동해야 하는데, 런던에서 굿우드까지는 약 2시간 가까이 가야 하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주는 아침도 못 먹고 약속 시간에 호텔 정문으로 나가자 롤스로이스에서 보낸 ‘고스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굿우드 리바이벌을 위해 롤스로이스에서 준비해 준 갈색 양복과 아침 햇살을 받아 금빛이 도는 고스트는 흔히 말하는 깔맞춤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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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는 국내에서 직접 운전도 해보고 뒷자리 체험도 해 봐서 낯설지 않다. 하지만 시승을 위한 체험이 아니라 제대로 VIP 대접을 받으며, 고스트 뒷자리에 앉아서 2시간을 달리는 경험은 아주 특별한 것이다. 런던 시내를 지나고, 고속도로와 국도를 달리는 동안 1열 시트 등받이에 있는 선반을 내리고 노트북을 펴서 잠깐 일도 했는데, 이 정도라면 달리는 사무실로 손색도 없고 일할 맛도 나겠다. 하지만 굳이 급한 일이 아니라면 느긋하게 고스트의 구름 위를 달리는 듯한 여유를 즐기며 자기 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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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가까이를 달려 도착한 곳은 영국 남부 웨스트 서섹스 지역 굿우드에 위치한 롤스로이스 본사와 공장이다. 이 공장은 부지 선정 및 설계, 건축까지 4년 반이 걸려 2003년 3월 10일에 공식 오픈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롤스로이스와 이제 불과 10년이 된 공장의 관계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롤스로이스는 1906년 출범하였고, 1931년 벤틀리를 인수했다. 영국 중서부에 있는 크루 공장에서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를 함께 생산했었는데, 1971년 도산한 이후 국유화 되기도 하고, 다른 주인을 맞기도 했다. 그러다가 1998년 BMW와 폭스바겐이 다시 롤스로이스 인수를 위해 경합을 벌였는데, 이 때 폭스바겐은 벤틀리를 인수하면서 크루에 있는 공장도 함께 인수하였고, BMW는 롤스로이스 브랜드만 인수하게 되었다. 따라서 BMW는 새로운 롤스로이스를 만들기 위해서 기존의 크루 공장이 아닌 새로운 공장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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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우드 롤스로이스 본부 및 공장 조감도

BMW는 롤스로이스를 영국에서 계속 만들어야 한다고 결정하고, 새로운 공장이 들어설 지역을 물색하였다. 자연적으로는 주요 항만과 잘 연결되어 있으며, 시험을 위한 자동차 도로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적합한 인력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등의 입지 조건과, 브랜드에 걸맞게 철저히 영국적이면서 매력적인 지역에 환경까지 고려한 결과 굿우드를 선택하였다. 굿우드는 매년 클래식 자동차들의 경주와 축제가 열리는 굿우드 페스티벌과, 그 행사가 열리는 장소인 굿우드 서킷으로도 유명하다.

팬텀 드롭헤드 쿠페 1호차 출고 기념

팬텀 드롭헤드 쿠페 1호차 출고 기념

롤스로이스를 인수한 후 불과 4년 만에 모든 준비는 완벽하게 이뤄졌다. 그렇게 2003년 첫 차 팬텀을 내놓은 후, 팬텀 쿠페, 팬텀 드롭헤드 쿠페, 펜텀 익스텐디드 휠베이스 등 여러 팬텀 파생 모델들을 내 놓았고, 2009년 고스트를 출시하면서 다시 한 번 큰 성장을 이루게 되었다. 이후 고스트에도 익스텐디드 휠베이스 모델이 더해졌고, 최근 새로운 롤스로이스 레이스가 추가되었다.

굿우드 롤스로이스 공장에서 위의 모든 롤스로이스 모델들이 생산된다. 이 공장 내에는 페인트 샾, 프레스 샾, 워크 샾, 테스트 시설 등이 있고, 롤스로이스의 엔진은 BMW 뮌헨 공장에서, 스페이스 프레임은 딩골핑 공장에서 만들어져서 배 편으로 사우스 햄튼 항구를 통해 이곳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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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명한 건축가 니콜라스 그림쇼가 설계를 맡은 롤스로이스 공장은 친환경 공장으로도 유명하다. 계획 단계부터 주위의 자연 환경과 공장 건물 상호간에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세심한 조경 공사를 실시하고, 환경 친화적인 생산 기술을 적용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외부에서 바라보면 땅파기 공사에서 나온 흙을 재사용해 만든 경사진 둑과 새로 심은 40여 만 그루의 나무와 관목이 높이가 낮은 건물을 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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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지붕에는 세덤류 식물이 자라고, 지속 가능하도록 관리되는 산림 지대에서 벌목한 시더 재목이 건물 외벽을 덮고 있어 건물과 자연 환경의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건물들은 자연 조명을 최대한 이용하고 사람들이 주위의 시골 풍경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실제 공장이 들어서 있는 곳은 전체 공장 부지의 1/5에 해당하고 나머지 공간은 40만여 그루의 나무와 녹지대, 잘 정돈된 잔디밭, 물고기가 거니는 호수 등으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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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을 들어서면 우측에 연못이 나타나고, 광장에 도착하자 정면에 또 다른 조그만 연못 너머로 나지막한 공장이 넓게 펼쳐져 있고, 우측에는 본사 건물이 위치해 있다. 본사 건물로 들어서면 리셉션이 있는데, 그 좌측에 전설적인 롤스로이스의 명차 ‘실버고스트’가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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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실버고스트는 최초에 만들어진 단 한대만을 지칭하는 이름이었으나, 이후 생산된 이 차와 같은 모델들에도 실버고스트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고 한다. 전시된 차에는 ‘실버 돈(Silver Dawn)’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많은 오너들이 자신의 차에 자신이 지은 이름을 붙여 불렀다고 한다. 실버 돈은 상태가 깨끗한 정도가 아니라 마치 막 생산한 신차를 갖다 놓은 듯 완벽하게 복원된 상태였다. 재미있는 것은 실버 돈에서 ‘환희의 여신’ 엠블렘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실버 돈이 환의의 여신이 등장한 1911년 이전에 만들어진 차여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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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은 본사 건물에서 다리를 건너서 넘어간다. 마침 방문한 날이 일요일이어서 공장은 쉬고 있었다. 주 5일 근무이며 가끔 토요일은 공장을 가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일요일은 거의 쉰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명품 자동차를 만드는 장인들의 손길을 직접 보고 싶었던 바람은 이루지 못했지만 공장을 둘러 보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롤스로이스가 만들어지는 지는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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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한 날이 일요일이라 작업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롤스로이스 차들은 ‘비스포크’라고 고객의 특별 주문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 거의 대부분의 자동차들은 단 한 대도 같은 차를 찾아보기 힘든데, 오직 하나 예외가 있다면 홍콩의 페닌슐라 호텔에서 매 3년마다 12대의 팬텀을 주문하는데 그 차들은 동일 사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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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 팬텀의 매리지

처음 들어서는 공간이 조립라인으로 팬텀과 고스트, 레이스 라인이 있으며 고스트와 레이스는 같은 라인에서 만들어진다. 조립 라인은 다른 자동차 공장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컨베이어 벨트가 없다. 수작업이 많다 보니 한 곳에서 약 90분씩 주어진 작업을 하고, 한 공정이 끝나면 다음 공정으로 차체를 이동시킨다. 조립 공정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과 차체의 결합 공정을 흔히 ‘매리지’(결혼)라고 부르는데, 팬텀의 매리지 공정은 작업이 멈춰 있어 결혼식을 감상할 수는 없었지만 거대한 차체와 거대한 엔진의 결합이 장관을 연출할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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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을 수 놓은 1,340개의 별은 광섬유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심어서 제작한다.

라인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팬텀의 천장을 수 놓는 1,340개의 별을 심는 과정이었다. 천정 패널 뒷면에서 광성유를 심어 넣은 후 접착제로 고정시키고 후에 반대쪽으로 튀어 나온 광섬유를 천정과 평평하게 잘라내는 것으로 마무리하는데, 1대의 천정을 만드는데 이틀이 걸린다고 한다. 천정을 별로 뒤 덮는 이 특별한 기능은 약 1,700만원 정도의 특별 옵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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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를 옮겨 나무로 된 부품들을 만드는 과정을 둘러 봤다. 약 160명의 목재 기술자들이 작업하고 있으며, 사용되는 나무의 종류는 47가지이고, 각종 나무의 공급은 전담 바이어가 매 6주마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구입해 온다고 한다.

롤스로이스 안의 나무 장식을 보면 좌우 대칭으로 된 독특한 무늬 장식을 볼 수 있는데, 이 장식은 나무를 얇게 잘라 낼 때 두 개의 면을 잘라낸 다음 양쪽으로 펼치면 좌우가 대칭되는 무늬가 만들어진다. 일반적인 나이테 무늬가 아닌 아주 독특한 무늬목들은 나무의 뿌리에 만들어진 혹 부분을 원통형으로 얇게 켜 내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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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된 부품은 단순한 평면 부품도 있지만 특별하게 각지거나 구부러진 부품들도 있는데, 팬텀 드롭헤드 쿠페의 윗면 데크 같은 부품은 가공하는데 1주일 씩이나 걸린다고 한다. 나무 원료들은 온도 25도, 습도 87% 정도의 항온 항습실에서 보관하여 최상의 상태로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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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를 이야기할 때 나무와 함께 가죽을 빼 놓을 수 없다. 팬텀 1대 만드는 데는 10~11장의 가죽이 소요된다. 가죽 1장은 소 1마리의 가죽이며, 독일에서 모기가 없는 아주 깨끗한 환경에서 방목된 소들에서 얻는다. 팬텀에는 350여 개의 가죽 파츠가 적용되는데, 컴퓨터를 이용하여 가죽이 낭비되지 않도록 정밀하게 제단 되고, 정교한 솜씨를 가진 장인들에 의해 가죽이 입혀지고, 바느질된다. 이들의 작업 장면을 직접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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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의 상징인 환희의 여신 엠블렘은 바람에 날리는 가운을 입고 팔을 뻗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다. 1911 년 유명 조각가 찰스 사이크스(Charles Sykes)가 롤스로이스의 의뢰를 받아 제작했는데, 이 작품의 모델은 존 몬태규(John Montagu)의 비서 엘리아노 토른튼(Eleanor Thornton)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이름을 ‘The Spirit of Speed’라고 붙였지만, 현재 정확한 이름은 ‘환희의 여신상(The Spirit of Ecstasy)’이고, 흔히 ‘플라잉 레이디(The Flying Lady)’ 또는 ‘실버 레이디(The Silver Lady)’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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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환희의 여신상은 영국 현지에 있는 한 가족 기업에서 독점 제작하는데 기본적으로는 스테인레스강으로 제작되고, 고객의 특별한 주문이 있을 경우 금이나 은으로도 만들어진다. BMW가 1998년에 롤스로이스를 인수하면서 당시까지 제작에 사용된 원형 몰드도 함께 인수했는데, 이미 오랫동안 사용되다 보니 약간 닳아 있어서, 그것을 엘리아노 토른튼의 사진과 컴퓨터 설계 기술을 이용해서 현재는 완벽하게 복원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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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인 만큼 생산만큼이나 테스트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차 1대를 테스트하는 데 무려 3~4일 정도가 걸리는데, 생산된 모든 차는 수밀 시험, 소음 시험, 고회전 시험 등을 시험동에서 테스트하고, 실제 도로에 나가서 9마일을 직접 달리며 모든 항목을 테스트한다. 모든 테스트를 완벽하게 통과하고 나면 다시 7시간에 걸쳐서 세차와 광택 내는 과정을 거친 후 고객에게 인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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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 공장에는 약 55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세계 최고의 자동차인 롤스로이스를 만드는 일인 만큼 오랜 경력을 가진 숙련된 기술자들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새롭게 뽑힌 직원들도 고급 제작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견습 프로그램을 실시해 기술과 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도록 완벽하게 지원하고 있다.

가끔 사진으로만 보던 아름다운 롤스로이스 공장을 직접 방문해서 둘러보고 나니 롤스로이스 자동차에 대한 신뢰 뿐 아니라 이런 멋진 공장에서 작업하는 작업자들이 부러워지기도 했다. 롤스로이스는 고스트 출시 이후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레이스로 인해서도 더 큰 성장 이루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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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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