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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신차 넘어 인증 중고차도 ‘최고’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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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장은 판매자와 구매자의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한 ‘레몬 마켓(lemon market)’의 전형이다. 판매자가 정보를 통제하면 구매자가 합리적인 구매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구조다. 정보가 범람하는 21세기인데도 중고차 사기가 만연하는 건 그런 까닭이다. 때문에 대다수의 운전자들에게 중고차 구매 경험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경험으로 기억되기 마련이다.

이처럼 불신 투성이인 중고차 업계에서 주목받는 건 인증 중고차다. 인증 중고차는 말 그대로 해당 차량을 만든 제조사가 직접 매입해 차량의 상태를 점검한 뒤, 품질 인증을 받은 중고차를 의미한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매년 두 자릿 수 성장세를 보이며 중고차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수입 인증 중고차 시장을 개척한 건 BMW지만, 현재 가장 크게 규모를 확장한 건 메르세데스-벤츠다. 현재 수입차 회사 중 가장 많은 22개의 인증 중고차 전시장을 운영 중이다. 판매량 역시 지난 해 6,450대를 기록해 전년 대비 39.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 1~5월 판매량은 3,140대로, 코로나19 등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예년 대비 성장세가 확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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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인증 중고차의 성장세를 뒷받침하는 건 믿을 만한 품질이다. 지난해부터 인증 중고차의 점검 항목을 178개에서 198개로 확대했다. 통상 15~20분 만에 성능 점검이 끝나는 일반 중고차와 달리, 인증 중고차는 서비스 센터에서만 2시간 넘는 품질 점검을 받는다. 점검 과정 중에는 일반 정비소에서 할 수 없는, 공식 서비스 센터의 전용 스캐너를 통한 정밀 진단까지 포함돼 신차급의 품질 점검이 가능하다는 게 메르세데스-벤츠의 설명이다.

이처럼 점검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매입된 모든 차량이 인증 중고차로 판매될 수도 없다. 차령 6년/주행거리 15만km 이내의 차량만 매입하며, 큰 사고가 있었거나 차량의 종합적인 품질이 자체적인 인증 기준에 미달될 경우 인증 중고차가 아닌 일반 중고차로 판매된다. 인증 중고차에는 1년/2만km의 보증연장 상품이 추가되기 때문에, 품질을 보증할 수 없는 차량을 걸러내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중요한 요소다. 반대로 고객 입장에서는 그 만큼 일반 중고차보다 믿을 만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판매 지표도 양호하다. 서비스 센터에서 모든 상품화 과정을 마친 차량들은 전시장에 입고된 뒤 평균 45일 만에 새 주인을 만난다. 일반적인 중고 수입차들의 회전일이 평균 60일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빠르게 팔리는 셈이다.

인증 중고차는 소비자와 제조사 모두에게 이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고차 거래의 불안감을 덜어내면서 보증기간이 남아있는 중고차를 선택할 수 있고, 제조사는 법인용, 시승용 등으로 사용하던 차량들을 인증 과정을 거쳐 좋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다. 또 트레이드-오프 프로모션 등을 통해 신차 판매와 연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사내 차량이 30%, 트레이드-오프 또는 일반 매입이 70%정도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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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는 이처럼 공격적인 인증 중고차 사업 확대를 통해 중고차 시장에서도 ‘업계 1위’를 목표로 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베스트셀러인 E-클래스가 인증 중고차 전체 판매량의 1/3가량을 차지한 만큼, 향후 인기 차종들을 중심으로 신차는 물론 중고차 시장에서도 고객들을 자사의 영업망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 주 진행된 ‘인증 중고차 페스티벌’과 같이 인증 중고차 프로모션도 더욱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물론 숙제도 남아 있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트레이드-오프 및 일반 매입 비율을 더욱 늘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입 가격 산정에 있어서도 기존 보유 고객이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가격 산정이 필요하다. 현재로선 많은 고객들이 “프로모션이 없으면 인증 중고차로 매각하는 것이 손해”라고 입을 모은다. 메르세데스-벤츠를 재구매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괜찮은 가격을 받기 어렵다는 뜻이다.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 역시도 차량을 판매하는 기 고객들이 얻을 수 있는 이점으로 ‘인증 중고차의 브랜드 가치’ 외에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투명한 중고차 시장에서 인증 중고차의 성장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고차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제조사들의 변화, 추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믿을 만한 차를 선택하겠다는 소비자들의 변화가 맞물리며 새로운 시장을 연 셈이다. 인증 중고차 시장에서 매섭게 세를 넓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것 또한 그런 까닭이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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