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공학회(회장 강건용)는 지난 5월 19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페럼타워에서 ‘미래 자동차 기술 개발의 상생 전략 –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선제적 대응’을 주제로 한국자동차공학회 자동차 기술 및 정책 개발 로드맵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는 각 분야별 산·학·연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도출된 세계 자동차 시장의 전망과 규제 및 정책 동향, 각 동력원 별 온실가스와 유해물질 배출에 대한 분석 자료의 발표가 이뤄졌다.
현실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부담을 감수하고 전기차 보급에 힘써야 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꼭 그렇지는 않다”고 반론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수소전기차·배터리전기차·하이브리드·내연기관 순서로 동력원 별 전문가들의 발표가 진행됐다. 연사들은 공통적으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고 친환경 모빌리티로서의 자동차를 지향해야 한다는 데에 동의했다. 그러나 단순히 저공해차를 보급하는 것만이 그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지표가 전생애주기 분석(Life-Cycle Assessment, LCA)다. 통상 자동차의 배출가스량은 차량 생산 후 주행하면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양만을 측정한다. 연비에 따른 저공해차 인증 및 노후차량 운행제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에 지급되는 정부보조금 등 대부분의 자동차 관련 정책이 이러한 주행 중 배출가스량에 기반해 수립된다.
그런데 LCA에 따른 분석 결과는 일반인들의 상식을 뒤집는다. LCA는 주행 중 오염물질 배출량은 무론,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의 배출량과 연료와 전력 생산 과정에서의 배출량까지 모두 더한 값을 산출한다. 당연히 지역에 따라 주행환경이나 전력 생산 방식이 다르므로 결과값도 상이하게 도출된다. 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배터리전기차라고 해서 전생애주기 오염물질 배출량이 압도적으로 적지 않다는 의미다.
결국 배터리전기차나 수소전기차가 전생애주기에 걸친 저공해차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에너지원 자체를 청정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 화력발전 중심인 전력생산은 저공해 청정에너지로 대체하고, 부생수소 위주로 공급되는 수소 생산 역시 보다 친환경적이고 저렴한 생산 체계를 구축해 전생애주기 배출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친환경차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내연기관차 역시 미래 환경에 맞춰 변화할 예정이다. 가솔린 압축착화, 가변압축비 시스템 등 첨단 제어기술을 통해 열효율을 50%대로 끌어올리고,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또는 적극적인 하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의 조합을 통해 고연비·고성능을 동시에 실현한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차가 대체하기 어려운 시장과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수요에 대응한다.
결과적으로 미래 자동차 산업은 모든 종류의 동력원을 사용하는 다양한 자동차들이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급진적인 정책적 압박을 통해 억지로 시장 판도를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더러,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대량실직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전기차 시대’로 천명한 2030년은 물론 그 이후에도, 도로 위에서는 수소전기차, 배터리전기차,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 등 다양한 차들이 공존하고 상생하는 환경이 구축돼야 하며, 정책결정 또한 이러한 전망에 준해 이뤄져야 한다는 결론이다.
강건용 한국자동차공학회 회장은 인사말에서 “COVID-19로 인한 세계적인 경제 불황이 세계 자동차 시장의 위기와 예측할 수 없는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며 “국내 자동차 산업도 내수 및 수출 부진으로 인한 위기가 COVID-19로 인해 극대화되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를 통해 근거 있는 예측과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제시하는 로드맵과 연구 결과가 정부와 산업계의 정책과 방향 설정의 주요한 지표가 되고 향후 COVID-19 극복 이후의 급변하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 국내 자동차 산업이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모든 자동차기술의 상생과 시장 선점을 위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