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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투어 (1) 아시아나 쌈밥을 아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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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십 년 만에 가장 무더웠던 여름이 기적처럼 물러가고 이제 상쾌한 바람이 불어 오는 가을이다.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북유럽 투어를 떠나기에 더 없이 좋은 날씨를 선사한 일요일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해 동행할 한상기 기자를 아시아나 항공이 있는 M 카운터에서 만났다. 가장 왼쪽에 있어서 앞쪽에서 들어오면 상당히 멀리 걸어가야 하는 위치다. 지난 미국과 남 유럽 투어처럼 이번에도 아시아나 항공에서 항공권을 협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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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이 3주나 되다 보니 각자 큰 짐 한 꾸러미씩이 있어서 먼저 수속부터 했다. 아시아나에서 협찬한 항공권은 주로 직원들에게 부여되는 특별 좌석인지라 카운터에서 발권하는 동안 아시아나 직원처럼 보이지 않는 우리들을 궁금해 하는 눈치여서 간단하게 설명을 했더니 무척 반겨 주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좌석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냐고 물어 봤지만 불행하게도 이 기간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기간이라 퍼스트 클래스부터 한 좌석도 남지 않아 있지 않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참가하는 업체 직원이나 이런 저런 관계로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좌석 업그레이드는 안 됐지만 출발 전 잠시 기다리는 동안 아시아나 라운지를 이용하도록 해 주었다.

환전을 하는데 3주나 되는 일정 동안 현금을 얼마나 쓰게 될지 가늠이 안 되는데다 영국은 유로를 쓰지 않고 파운드를 사용하니 유로와 파운드를 각각 얼마씩 환전해야 하는 지도 고민이었다. 환전을 마치고 보안 검색을 통과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 짐은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다. 카메라 장비를 많이 가지고 다니다 보니 꼭 엑스레이를 한번 더 맞게 되고, 그러고도 다시 검색원에게 가방을 열어 보이는 일이 발생한다. 오늘은 스트로보(플레쉬) 동조기가 걸렸다. 발신기와 수신기로 구성된 동조기를 검색원은 처음 보는 모양이다. 간단한 설명으로 통과하는 데 문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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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쇼핑도 할 것이 별로 없어서 책 두 권을 산 후 아시아나 라운지로 올라갔다. 비즈니스 라운지는 지금 내부 공사 중이란다. 10월이면 새롭게 단장한 모습이 될 것이라는데 막상 안에 들어가 봐도 공사하는 모습은 아니었고 아늑하고 편안하게 여행을 기다리기에 딱 좋은 상태 그대로였다. 한 달만 늦게 출발하는 일정이었으면 새롭게 바뀐 아시아나 라운지를 소개해 줄 수 있었을 텐데…… 비행기를 타면 곧 점심을 주긴 하겠지만 라운지에 들어와서 아무것도 안 먹고 갈 수는 없는 일, 잔치 국수 컵면이랑 셀러드 등으로 가볍게 요기를 했다. 페이스북으로 북유렵 투어 기념 이벤트를 시작한 터라 탑승 전까지 페이스북에 포스팅도 하고 댓글도 다는 동안 시간이 금방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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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를 것 없이 이륙을 했고, 음료 서비스가 나오고 식사가 나오는데 못 보던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돼지 갈비를 메인으로 한 양식과 한식 중 선택할 수 있는데 한식으로 나온 ‘불고기 영양 쌈밥’이 그것이다. 우리나라 비행기에서 비빔밥이 한 동안 인기였고 나도 먹어봤지만 쌈밥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큰 기대 없이 그저 채소를 좀 더 먹어두면 좋을 거 같아서 쌈밥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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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여 있는 쌈 채소들을 풀어 놓고는 그냥 밥 따로, 불고기 따로, 채소 따로 먹기 시작했는데 쌈장의 맛이 기대 이상인 게 아닌가? 갑자기 말 그대로 쌈이 먹고 싶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그 좁은 테이블 위에서 쌈을 싸서 먹기 시작했다. 와우! 기대이상의 제대로 된 쌈밥이었다. 채소도 좋았고, 불고기도, 밥도 좋았지만 가장 맘에 드는 건 쌈장이었다. 평소 쌈장 매니아를 자처하는 내게는 더 없는 선택이었다. 나중에 승무원에게 물어보니 아시아나의 자랑이라고 한다. 나도 기꺼이 그 자랑에 동감을 표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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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비행 동안 읽기 위해 무심코 고른 책이 ‘이케아, 불편을 팔다’이다. 곧 한국에 들어온다는 세계 최대의 가구 업체가 궁금해서 고른 책이었는데, 마침 이케아는 북유럽 스웨덴에서 출발한 업체이고, 스칸디나비안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 제품이라는 것이 첫 장을 넘기면서 기억이 났다. 참 멋진 우연이다. 예전에 볼보를 취재하러 스웨덴을 다녀온 적이 있지만 그럼에도 스칸디나비아는 무척 설레는 매력을 갖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스칸디나비아의 한 부분을 미리 익히는 것은 좋은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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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비행에서 영화를 빼놓을 순 없다. 워낙 영화를 좋아하지만 평소 영화를 볼 시간을 잘 못 만드는 나로서는 긴 시간의 비행은 영화 한 두 편 보기에 최적의 시간이다. 무료할 틈이 없이 비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보고 싶었는데 미루고 있었던 ‘파파로티’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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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폰은 이번에 새로 장만한 젠하이저 모멘텀 온 이어다. 며칠 전부터 틈틈이 음악을 들으면서 탁월한 해상력과 강한 타격감, 그리고 무엇보다 멋진 디자인에 크게 만족하고 있었는데, 이번 북유럽 투어 동안 가끔씩 아름다운 음악을 즐기고 싶을 때 더 없이 좋은 파트너가 될 전망이다. 마침 고른 영화가 성악에 관련된 영화여서 모멘텀 온 이어와 잘 어울렸다. 귀를 다 덮지는 않지만 밀폐감도 뛰어나고, 비행기 엔진 소음에도 이재훈이 부르는 (실제는 다른 사람이 불렀다고 하지만) ‘공주는 잠 못 이루고’에 흠뻑 빠질 정도로 멋진 사운드를 즐길 수 있었다.

노르웨이의 맑은 밤하늘 아래서 파바로티(파파로티 아니고)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다시 꼭 들어봐야겠다.

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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