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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드림카, 포르쉐 718 박스터 GTS 시승기

박스터gts 바탕1

‘현실적인 드림카’. 자동차를 이야기할 때 종종 입에 오르내리는 말이다. 보통 드림카라는 것이 그야말로 꿈을 꿔야만 만나볼 수 있는 차량을 의미한다면, ‘현실적인’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음으로써 가능성이 훨씬 커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포르쉐 718 박스터 GTS.

박스터gts 스티어링

1세대 박스터(코드네임 986)는 1996년 등장했다. 2.5리터 수평대향 엔진을 얹은 미드십 경량 로스드터는 인기를 끌었고, 포르쉐의 경영난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 당시 2.5리터 6기통 엔진은 204마력을 냈으며, 박스터 S는 1999년 추가됐다. 2004년 박스터는 2세대(987)로 진화했고, 카이맨이라는 새로운 쿠페 모델이 추가됐다. 3세대 박스터(981)는 2012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됐으며, GTS 모델은 2014년 추가됐다.

2016년 등장한 카이맨과 박스터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이름 앞에 ’718′이라는 숫자가 붙기 시작했다. 이 718이라는 숫자는 1957년부터 1962년까지 각종 경주에 참가했던 718 경주차를 잇는 의미로 붙였다. 718 경주차에 4기통 엔진을 사용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718 박스터에도 처음으로 4기통 터보 엔진이 장착되었다. 그리고 718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카이맨과 박스터는 모양만 다른 형제차가 되었다.

박스터gts 제원사진

718 박스터 기본 모델은 300마력을 내는 2리터 엔진을 얹었으며, S와 GTS에는 각각 350마력과 365마력을 내는 2.5리터 엔진이 장착됐다. 718 박스터는 3.5세대, 즉 3세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포르쉐에서 코드명도 바꾸며 4세대 모델로 분류하긴 했지만, 여전히 3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보이긴 마찬가지다.

포르쉐의 차량 개발은 외계인이 담당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포르쉐가 그만큼 비현실적인 성능을 내기에 나올 수 있는 농담이다. 하지만 전지전능할 것만 같은 외계인도 시대의 흐름은 따라가야 하나보다. 만년 자연흡기 엔진만을 고집할 것 같았던 포르쉐가 터보엔진을 장착하고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를 출시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환경규제나 성능 향상 등의 이유로 과거 자연흡기 엔진이 가지고 있던 감성은 사라졌지만, 그 감성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에겐 완벽한 차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스터gts 전면사진

718 박스터 GTS의 내 외관은 박스터 S를 기반으로 한다. 박스터 S에서 선택사양이던 몇몇은 GTS에서 기본 장착되었으며, GTS 전용 부품들도 부분적으로 추가됐다. 먼저 헤드램프는 포르쉐 다이내믹 라이트 시스템 플러스(PDLS+)가 포함된 LED가 장착됐다. 헤드램프에 위치한 4-포인트 주간주행등은 멀리서도 포르쉐임을 알려준다. 또, 어둡게 처리된 헤드램프는 보다 스포티한 멋을 살려준다. 718 박스터 GTS에는 GTS 전용 범퍼가 장착됐다. 덕분에 세 갈래로 나눠진 전면 범퍼 하단은 하나의 큰 입처럼 보인다. 미드십이기 때문에 보닛을 열면 엔진 대신 트렁크가 나온다. 용량은 150리터로 넓진 않지만 꽤 깊다.

박스터gts 측면사진

멋스러운 모습의 측면부는 탑을 열었을 때 더 멋지다. 소프트탑은 검정색으로 빨간 차체 색상과 대비를 이룬다. 이 소프트탑은 원터치로 열리지만, 닫을 땐 버튼을 끝까지 누르고 있어야 한다. 10초면 여닫을 수 있으며, 60km/h로 주행 중에도 개폐가 가능하다. 덕분에 시내 주행 중 갑자기 비가 쏟아지더라도 걱정이 없다. 휠은 20인치를 기본으로 하며, GTS 모델답게 검게 칠해져있다. 휠 안쪽에는 330mm, 299mm 크기의 4P 디스크 브레이크와 빨갛게 칠해진 캘리퍼가 장착됐다. 사이드 미러는 기둥이 두 갈래로 나눠져 있다. 보기에도 멋스럽고 기능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도어 뒤쪽 공기흡입구도 검게 칠해져있다.

박스터gts 후면사진

후면부 위쪽에는 스포일러가 장착됐다. 고속으로 주행 시 자동으로 올라오며, 버튼을 눌러 수동으로 작동시킬 수도 있다. 리어램프는 입체적인 그래픽을 보여주며, 헤드램프와 마찬가지로 어둡게 처리됐다. 4-포인트 브레이크등은 전면부와 비슷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또한, 디퓨저와 듀얼 머플러 및 모델명까지 검게 칠했다. 차체 곳곳에 부착된 GTS 로고도 검정색이다.

박스터gts 스티어링2

실내에 들어서면 우선 스티어링 휠이 눈에 띈다. 918스파이더와 흡사한 모양의 스티어링 휠은 보기에 멋스럽다. 스티어링 휠 양쪽에는 계기판 메뉴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는 버튼들이 있고, 아래쪽에는 열선 버튼이 숨겨져있다. 스티어링 휠 뒤쪽에는 당연히 패들 시프트가 마련되어 있다. 스티어링 휠 우측 하단에 주행모드를 바꿀 수 있는 다이얼이 위치한다. 다이얼 가운데 ’스포트 리스폰스’ 버튼을 누르면 20초간 엔진이나 변속기 등의 반응을 최대한 빠르게 만들어준다.

박스터gts 시트 인포 등

718 박스터 GTS에는 가죽과 알칸타라로 마감된 스포츠 시트플러스가 기본 장착되며, 시승차는 등받이 각도 조절만 전동식으로 작동된다. 시트 머리 쪽에는 빨간 GTS 로고가 박혀있다. A 필러, 도어 암레스트, 기어 레버 등에도 알칸타라 소재가 쓰였다. 실내는 스티어링 휠, 중앙 스포츠 크로노 시계, 송풍구 디자인 정도를 제외하면 이전 박스터(981)와 같다. 718 박스터 GTS에는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 및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가 기본 장착된다. 내비게이션의 부재와 수동으로 작동되는 실내 온도조절 장치는 아쉽게 느껴진다.

박스터gts 주행 사진1

몸을 구부려 낮은 차체를 가진 718 박스터 GTS에 탑승했다. 시트는 몸을 단단히 잡아주는 버킷 모양이다. 시트에 앉아 브레이크를 밟고 시동을 건다. 포르쉐는 전통적으로 스티어링 왼편에 키홀더가 위치한다. 과거 레이싱 경기에서 경기 시작 시 시동을 걸고 변속을 하는 과정을 빠르게 하려 했던 결과물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것이다. 겨우 키를 꽂아 시동을 걸었을 뿐인데, 마치 레이싱 선수가 된 느낌마저 든다.

시동을 걸면 포효와 함께 4기통 엔진의 둥둥거리는 소리가 시작된다. 우려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은 엔진음이 오른발을 자극한다. 365마력의 힘을 내는 이 엔진은 7단 PDK와 결합하여, 0-100km/h 가속을 단 4.1초(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기준) 만에 끝낸다. 초기 터보랙이 존재하지만 크게 신경 쓰이는 정도는 아니며, 런치 컨트롤을 사용하면 4기통 엔진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수준의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100km/h로 달릴 때 엔진회전수는 1,600-1,700rpm이다.

박스터 S의 0-100km/h 가속시간은 4.2초로 GTS와 큰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킷에서 본격적으로 탈 수 있는 스포츠카임을 감안했을 때, 랩타임 등에서는 확실한 차이를 보일 것이다. 자연흡기의 향수를 가진 전 세대 박스터 GTS와 비교하면 마력, 토크, 가속성능 등모든 부분에서 718 박스터 GTS가 월등하다. 이는 실제 체감으로도 크게 와닿는다.

박스터gts 주행 사진2

변속기는 역시 빈틈없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업시프트, 다운시프트를 가리지 않고 적절한 단수를 찾아줘 딱히 단점을 찾기 힘들다. 포르쉐의 PDK는 일반인보다 빠르고 적절한 변속을 한다고 생각한다. 저단 기어에서의 변속 충격은 이따금씩 생기곤 하지만, 동력 전달이 확실하게 되는 느낌이라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일반 모드에서 승차감은 일상용으로 탈 수 있을 정도로 부담이 없다. 단단하지만 충격을 나름 잘 걸러주는 느낌이다. 다만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설정하거나 임의로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세팅하면, 일상 주행을 하기에 부담스러운 승차감이 된다.

박스터gts 산길 주행1

산길에 들어서니 이 차의 장점이 부각된다. 가벼운 무게, 작고 넓은 차체, 차체 중앙부에 낮게 위치한 엔진, 주행 중 개폐 가능한 소프트탑까지. 락투락 2.5회전의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차체의 앞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차체 전체가 회전하는 느낌이 든다. 운전석이 차체 중앙에 위치하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기도 한다. 탑을 열고 달려도 바람이 많이 들이치지 않는다. 양쪽 시트 가운데 위치한 윈드 디플렉터가 제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

박스터gts 산길 주행2

탑을 닫고 본격적으로 와인딩을 즐겨본다. 일반적으로 와인딩을 하며 타이어의 비명소리를 듣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앞 235/35ZR20, 뒤 265/35ZR20 사이즈 피렐리 P ZERO 타이어는 노면을 움켜쥐는 능력이 탁월하다. 잘 조율된 앞뒤의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은 연속된 코너를 만났을 때 차체를 노면에 꽉 붙여놓는다. 1.4톤가량의 가벼운 차체 덕분에 브레이크는 항상 여유로운 느낌이다.

박스터gts 주행 사진3

주행을 하다 보면 꽤 큰 소음이 들어온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엔진음은 물론이고, 풍절음, 타이어 소음 등 많은 소음이 들어온다. 소프트탑에서 들리는 소음은 이전보다 많이 개선된 느낌이다. 굳이 소음을 큰 음악소리로 상쇄시키고 싶진 않다. 이 차는 오디오를 꺼 차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손과 발 등 내 몸에 느껴지는 피드백에 집중해야 하는 차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110와트의 출력을 내는 6개의 기본 스피커는 생각보다 좋은 음악을 들려준다. 다만, 생각보다 좋은 것일 뿐 객관적으로 좋은 소리를 들려주진 못한다.

우측 펜더에 위치한 주유구에 주유를 한다. 64리터의 연료탱크를 가진 718 박스터 GTS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 동안 주유소를 들르지 않게 해줬다. 차량을 과격하게 몰면 금세 연비가 떨어지지만, 일상 주행을 했을 땐 9~10km/l에 가까운 연비를 보인다. 코스팅 기능이나 오토 스타트 스톱 기능은 연비를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앞뒤의 트렁크도 큰 짐이 아닌 이상 장을 보기에 괜찮은 수준이니, 이 차를 가지고 마트에 가도 좋을 것 같다. 다만, 방지턱이나 주차장 진출입로에서는 아주 천천히 움직여야 할 것 같다.

박스터gts 바탕2

기본적으로 박스터는 누가 몰아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차다. 다시 말해, 운전이 어렵지 않다. 누구나 원하는 대로 차를 조종할 수 있으며, 운전을 잘하는 사람처럼 만들어준다. 이런 부분이 스포츠카 마니아들에게는 아쉬운 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부담 없이 스포츠카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으로 다가온다. 일반인의 현실적인 운전 실력만으로도 안전하고 재미있게 서킷을 돌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박스터를 드림카로 생각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 718 박스터 GTS는 자동차의 기본인 운동성능부터 부담스럽지 않은 주행 질감, 개인적인 만족감을 높여주는 내 외관 디자인, 오픈 에어링까지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갖췄다. 게다가 준수한 연비와 세금은 덤이다. 이처럼 밸런스가 훌륭한 차량이 또 있을까 싶다. 차체의 형태상 박스터보다 카이맨이 유리한 부분이 분명 존재하지만, 오픈 에어링의 느낌은 생각보다 강렬하다.

나만의포르쉐만들기

글을 쓰고 나니 너무 칭찬 일색 시승기가 되어 버렸다. 현실에 돌아와야 할 시간이다. 718 박스터 GTS는 기본 가격이 1억 1,240만 원이다. 아시다시피 이 가격에 구매하는 고객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포르쉐의 다양한 인디 오더 옵션은 내가 내 차를 직접 만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나만의 포르쉐 만들기에서 필요한 옵션을 넣다 보면, 국산 소형차 1대 값을 훌쩍 뛰어넘는 추가 옵션 금액을 볼 수 있다. 또, 자동차세는 저렴한 편이지만, 보험료까지 저렴할 순 없다. 차량의 기본 정비 및 수리비도 매우 높다.

박스터gts 후면 엠블럼

70주년을 맞이한 포르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드림카를 만들어내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자율주행차와 공유 경제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직 눈앞에 다가온 현실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차량으로 나를 대변하며, 이동 수단 그 이상의 것으로 생각한다. 집이 아닌 곳에서 혼자 사색에 젖을 수 있는 곳도 자동차가 거의 유일하다. 고급차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아마 이런 추세는 앞으로 오래, 아니 더 심화될지도 모른다.

포르쉐에는 박스터보다 윗급인 911이 있다. 911과 박스터를 비교하면 그래도 박스터 쪽이 더 현실적이긴 하다. 그럼에도 718 박스터 GTS는 결코 현실적일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꿈꾸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가지지 못한다. 하지만 ‘가능한 것만 꿈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비현실적이라도 꿈꾸고 싶은 그런 차가 바로 718 박스터 GT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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