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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미래차, 프리우스 PH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국내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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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대명사 프리우스에 외부 전기 충전 기능을 더한 모델이 ‘프리우스 PH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일반 전기차처럼 외부 충전된 전기로만 주행 할 수도 있고, 충전된 전기를 다 사용하면 그 때부턴 일반 프리우스처럼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되어 엔진과 전기모터를 번갈아 사용할 수도 있다. 프리우스 PHV의 장점은 목적지가 멀지 않은 경우에는 순수 전기차처럼 사용할 수 있으면서, 장거리 주행도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기차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있는 만큼 일반 프리우스보다 연비가 더 좋은 것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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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토요타가 실시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스페셜리스트 아카데미 프로그램’에 참여해 첫날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대한 상세한 이론 교육을 받고, 그 다음날 처음으로 프리우스 PHV를 시승해 볼 수 있었다. 그 동안 프리우스를 비롯한 많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타 봤었고, 현대 블루온, 기아 레이 EV, 르노삼성 SM3 Z.E., BMW 액티브 E (1시리즈 전기차) 등의 순수 전기차도 여러 번 시승해 봤지만,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시승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첫날 진행된 이론 교육 시간에 프리우스 PHV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프리우스 PHV는 기본적으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하지만 일반 프리우스는 연료로 휘발유를 사용할 뿐 외부에서 전기를 충전할 수는 없다. 프리우스의 EV 모드는 주행 중 발전기를 돌려서 자동차 자체에서 발전하고 충전한 전기로 주행하는 것이다. 반면 프리우스 PHV는 프리우스처럼 휘발유를 주유하지만 외부에서 전기를 충전할 수도 있다. 그러자면 배터리 용량이 더 커야 된다. 프리우스 PHV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순수 전기차의 중간 모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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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우스와 프리우스 PHV의 구조적 차이는 배터리에 있다. 프리우스는 니켈 메탈 하이드라이드(NiMH) 배터리를 쓰고, 프리우스 PHV는 리튬이온(Li-ion) 배터리를 사용한다. 배터리의 용량은 약 4배 정도 늘어난 것이며, 배터리 팩 자체의 중량이 증가하긴 했지만 차체 다른 부분에서의 경량화로 프리우스 PHV 전체로는 프리우스 대비 55kg이 늘었다.

플러그 인 충전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220V로도 90분이면 완충이 된다. 그리고 이런 외부 충전에 의한 전기로만 주행했을 때 최고속도는 100km/h, 최대 주행거리는 약 26.4km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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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은 서울 역삼역 부근 한국토요타자동차 본사 지하주차장에서 충북 보은 속리산까지 왕복 475km 구간에서 이루어졌다. 지하주차장에는 이미 완충된 상태의 프리우스 PHV 6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2인 1조로 나누어 탑승하고, 3대씩 한 팀으로 시승했다.

브레이크를 밟고 시동 버튼을 누르면 여느 프리우스처럼 엔진 시동 없이 계기판에 ‘READY’ 표시가 뜬다. 출발 준비가 된 것이다. 조그만 죠그셔틀처럼 생긴 레버를 움직여 D에 세팅하고 엑셀을 밟으면 아주 조그맣게 ‘윙’하는 소리와 함께 타이어가 구르는 소리가 들리며 차가 움직인다. 지금은 전기차 모드다.

프리우스 PHV는 완전 전기차처럼 움직일 수 있는 전기차 ‘EV모드’와 엔진과 모터를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HV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외부 충전된 배터리가 충분할 경우에는 EV모드와 HV모드를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행 경로가 도심을 잠깐 달린 후 바로 고속도로에 진입했다가 다시 도심으로 들어가는 경우라면, 도심을 달릴 동안 EV모드로 달리다가 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는 배터리가 충분히 남아 있더라도 HV모드로 전환해서 달리고, 고속도로를 벗어 날 때 다시 EV모드로 달리면 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말이다. 외부 충전된 배터리가 다 소진된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HV모드로만 주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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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승은 서울을 출발해 이천 IC에서 영동고속도로로 진입할 때까지는 도심과 국도를 달리기 때문에 처음부터 EV모드를 선택했다. 지하 주차장에서 지상까지 올라오는 경사에서 프리우스 PHV가 전기모터만으로 힘차에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프리우스와의 차이를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일반 프리우스는 지하주차장에서 올라오는 정도의 경사라면 전기모터만으로는 등판이 어려워 엔진을 사용해야만 한다.

서울 도심을 빠져 나가면서 보니 배터리가 완전 충전된 상태에서 EV모드로 주행 가능한 거리가 16마일로 표시되어 있었다. 약 25.6km다. 도심을 달리는 동안 완전 전기차 모드로 주행했고 원한다면 충분히 빠른 가속도 가능해서 도로의 흐름에 따라 80km/h 전후까지 속도를 올리기도 했다. EV모드로 주행할 때의 동력 성능도 순수 전기차와 비교해서 크게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속리산까지 가는 길에서는 최대한 높은 연비를 달성해 보는 것이 목표였으므로 급가속을 자제하고, 도로를 멀리 보면서 최대한 탄력 주행을 많이 하려고 애를 썼다. 내리막에서는 당연히 최대한의 충전을 이끌어 내도록 브레이크와 엑셀을 조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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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어느 지점인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이천까지 가는 국도 중간 쯤에서 충전된 배터리가 다 소진되면서 그 때부터는 HV모드로 주행이 시작됐다. 다시 말하면 거기까지 가는 동안 기름 한 방울 사용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 후부터는 자주 시승했던 프리우스의 주행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이천 IC에서 영동고속도로 진입해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휴게소까지 고속도로 구간을 달린 후 운전자를 교대했다.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하는 동안 각 차량의 구간 연비를 확인했다. 기자가 운전한 프리우스 PHV 연비는 80MPG, 환산하면 34.01km/L를 달성해 6대 중 가장 높은 연비를 기록했다. 1년 전 쯤 기자는 프리우스로 극한의 연비 운전을 통해서 약 30km/L의 연비를 달성해 본 적이 있었는데, 이번 주행은 거의 도로의 흐름을 따라서 주행한 것을 감안하면 프리우스 PHV의 뛰어난 실연비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외부 충전된 배터리로만 달리던 EV모드에서는 140MPG이 나올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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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을 마치고 고속도로로를 달린 후 다시 국도를 달려서 속리산 국립공원에 도착하기까지의 구간 연비는 28.91km/L가 나왔다. 이 구간은 완전히 하이브리드 자동차로서만 달성한 연비다.

이번 시승에서 상당히 재미있는 시도를 했는데, 속리산 국립공원까지 가는 길에서 최고의 연비를 얻기 위해 운전한 것과는 반대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연비가 가장 나쁘도록 운전을 해서 가장 나쁜 연비를 기록한 차를 뽑는 것이었다. 이런 시도를 통해서 어떻게 하면 연비가 나빠지는지, 그리고 얼마나 가혹하게 주행했을 때 연비가 얼마나 나빠지는지를 측정해 보는 것도 분명 재미있고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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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도 기자가 먼저 운전대를 잡았는데 대전까지 국도를 달린 후 고속도로에 진입 해 죽암 휴게소에서 운전자를 교대했다.

날씨가 무척 덥기도 했지만 최대한 기름을 많이 사용할 목적이었기에 출발하기도 전부터 에어컨을 최대로 가동했다. 달리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헤드램프 뿐 아니라 실내등도 모두 켜고, 외장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전화기 충전 등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기기를 가동 상태로 두고 달렸다. 출발하면서 실내가 너무 추워지자 에어컨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창문을 덥지 않을 만큼 활짝 열고 달리기 시작했다. 창문을 열면 공기저항이 커지는 것으로 인해서도 실제로 연비가 더 나빠진다. 상황에 따라 수시로 비상등도 자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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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정도의 전기 소모로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전기를 만들어 내는 속도를 따라 갈수가 없다. 결국 연비를 나쁘게 하려면 엔진 회전수를 최대로 올리는 급가속과 급제동을 최대한 많이 해야 한다. 요즘 많이 보급된 수동변속기능이 있다면 아마 계속 1단과 2단 레드 존 부근을 유지하면서 달렸을 것이다. 하지만 프리우스에는 수동변속 기능이 아예 없다. 그래도 강한 가속이 필요한 구간을 위해서 파워모드를 준비해 두고 있는데, 이미 파워모드는 출발부터 켜 둔 상태다.

고속도로 구간이라면 속도를 최대한으로 올려서 계속 달리는 방법이 있겠지만 산길과 국도 구간에서는 기껏해야 8~90km/h 정도가 고작이다. 이런 상태로라면 아무리 전기장치를 최대한 가동한다 하더라도 20km/L 이하가 나오기는 힘들 것 같아서 극단의 조치를 취했다. 정상적인 주행이 가능한 구간에서도 의도적으로 급가속과 급제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물론 뒤에 따라오는 차의 주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짧게 급가속해서 앞 차에 접근했다가 다시 급브레이크를 밟아서 앞 차와 간격을 벌이고, 다시 급가속으로 앞 차에 붙였다가 다시 간격을 벌이기를 반복하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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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법을 사용하자 연비는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코너가 연속된 산길 구간에서는 20MPG까지 내려갈 때도 있었다. 결국 휴게소에 도착했을 때 기록된 연비는 22MPG, 환산하면 9.34km/L였다. 그리고 이 구간에서의 최악 연비 대결에서도 기자가 1등을 차지했다. 사실 다른 운전자들은 급가속과 급제동을 연속적으로 반복하는 이런 (미친) 짓(?)까지는 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다른 운전자들 중 최악의 연비는 12.33km/L였고, 비슷하게 최악을 향해 달렸음에도 20km/L가 넘은 경우도 12명 중 3명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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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재미있는 결론이 하나 나온다. 프리우스나 프리우스 PHV는 ‘의도적으로’ 제 아무리 가혹하게 운전을 하더라도 연비가 무려 9km/L대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니 평소에 대충 운전을 해서는 20km/L 이하의 연비를 기록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란 것이다.

이번 시승이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처음으로 운전해 본 것이기도 하고, 재미있는 경험으로 의미 있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 즐겁기도 해서 프리우스 PHV에 대한 자세한 소개 없이 시승 이야기만 죽 늘어놓게 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프리우스 PHV는 연료주입구 반대쪽에 전기충전기가 달린 것과 시스템 정보창에 EV모드와 HV모드 구분이 있는 것 정도 외엔 눈으로 구분할 수 있는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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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기자동차 국내 시판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미 뛰어난 효율성을 검증 받은 프리우스 같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전기자동차의 장점을 일부 접목한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 PHV는 보다 현실적으로 우리 곁에 다가올 전기자동차의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전기자동차는 장거리 주행이 기본적으로 불가능하지만, 프리우스 PHV는 가까운 거리는 전기자동차처럼 주행하면서 휘발유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장거리 주행도 가능할 뿐더러 장거리 주행에서도 탁월한 연비를 실현해 주니 말이다. 프리우스 PHV는 일본, 미국 등에서 시판을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국내 시판 계획은 아직 없다.

사족을 더하자면 프리우스 PHV를 운전할 때 시스템 정보 창을 수시로 들여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엑셀을 밟은 발에서 힘을 빼게 되고, 탄력 주행으로 배터리를 조금이라도 더 채우려고 노력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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