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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도록 좋다… 볼보 XC60 T6 인스크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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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이팝나무가 백색 꽃으로 뒤덮였다. 밤하늘 아래서도 빛난다. “저 꽃잎들은 꽤 오래 볼 수 있네.” 하며 괜히 감상에 젖는다. 그 장면을 실컷 누리고 싶게 만드는 차에 앉아서 말이다. 볼보 XC60 T5 인스크립션. 마치… 거실 쇼파에 앉아 공간을 가득 메우는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며 창문 넘어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퇴근 후 집 앞 주차장에서 한참을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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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았다. 양평으로 향하려 차에 올라탄다. 오른손은 익숙하게 시동레버를 찾는다.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잡고 ‘딸깍’ 오른쪽으로 돌리니 시동이 걸린다. 시동 거는 것부터가 우아하다. 지하주차장에서 나오자마자 비가 앞 유리창에 쏟아진다. 그 순간 와이퍼가 스스로 바쁘게 움직인다. 계기판을 보니 레인센서가 켜지면서 심벌이 뜬다.

목적지까지 약 2시간을 운전해야한다 생각하니 급 피곤해진다. 그 피곤함을 달랠 방도를 찾는다. 시트 왼편에 있는 동그란 레버를 한 번 당긴다. 당길 때 손끝에서 느껴지는 리듬감은 마치 시동레버를 당길 때와 같다. 여하튼 당기니 센터페시아 모니터에 시트와 관련된 정보가 뜬다. 그 중 맨 위에 있는 마사지기능 ‘켜기’를 검지로 누른다. 마사지 모드는 5가지나 있다. 그중 ‘스웰’이 가장 마음에 든다. 모드에 따라 안마봉이 움직이는 속도와 위치가 다르다. 강도는 가장 ’세게!’ 어깨부터 골반까지 안마봉이 연속적으로 내려간다. 타차종에서 경험한 마사지 기능은 시트가 몸을 살짝살짝 건드려 주는 정도인데, XC60 인스크립션 모델에 장착돼 있는 마사지 기능은 ’정말 마사지’를 해준다. 시트 형상 자체부터 몸에 잘 맞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열선 시트도 켜고 나니 시중에 판매하는 안마의자에 앉아있는 것 같다. 이 호사는 인스크립션 트림 앞좌석에서만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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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신호에 걸렸다. 내친 김에 시트를 만지고 들여다본다. 외관상 시트 두께가 얇다. 그런데 막상 앉아보면 쇼파에 앉아있는 듯 편안하다. 그렇다고 물컹하다는 건 아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조절할 수 있는 시트 길이 조절 덕에 허벅지가 충분히 지지된다. 요추 받침, 볼스터까지 완벽하다. 앉은 자세가 편안한 덕분에 장시간 이동에도 피로감이 적다. 가죽 촉감은 부드럽지만 미끌거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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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길 운전에 조금 적응되니 창문으로 쏟아지는 빗줄기가 낭만적으로 보인다. 음악을 틀어야겠다. 센터 콘솔박스 안에 있는 USB 단자에 아이폰을 연결한다. 카플레이가 켜진다. Something In The Rain (Rachael Yamagata) 가 Bower & Wilkins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가수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차 안을 꽉 채운다. 저음, 고음, 숨소리 모두 생생하다. 그 선명한 소리에 훌륭한 잔향까지 더해져 있어 공간감이 어마어마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에 장착된 일부 부메스터 오디오보다 좋다. (트림에 따라 부메스터 오디오의 세팅이 달라 정확히 어떤 트림보다 좋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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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XC60 인스크립션 트림에 탑재된 오디오 이름은 Bower & Wilkins 다. 12채널 앰프와 15개 스피커로 이뤄져 1,100와트의 출력을 낸다. 오디오 모드는 크게 3가지다. 스튜디오, 개별 무대, 콘서트 홀. 스튜디오 세팅은 운전석, 모두, 뒤쪽 모드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고, 개별 무대 모드는 강도와 현장감을 설정할 수 있다. 콘서트홀은 예테보리 콘서트 홀의 음향 기술을 재현했다. 예테보리 콘서트홀 모드로 설정된 상태에서 네비게이션을 작동시키면 음성안내 목소리에 엄청난 에코가 더해진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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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가 굉장히 조용하다. 바깥은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는데도 실내는 고요하다. 그 조용함 가운데 따뜻한 시트에 앉아 마사지를 받으며 음악을 듣고 있다.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어짐을 느낀다. 시야에 계속 들어오는 스티어링 휠과 센터페시아, 대쉬보드 디자인도 참 정갈하다. 저 나무트림은 볼수록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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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도 참 편하다. 스티어링 휠은 가벼우면서도 정확해 굉장히 안정적이다. 4륜구동(AWD) 시스템이 안정감을 더해 빗길 고속도로에서도 편안한 주행을 가능케 한다. 바퀴가 헛돈다고 인지하면 4륜구동 모드가 활성화되고, 정상적인 운전 조건에서는 전륜구동으로 전환된다.

팔당댐 근처로 진입하니 안개가 자욱하다. 비상등을 켜고 천천히 앞차를 따라 간다. 그런데 이 와중에 비상등 소리마저 아주 좋다.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경쾌한 소리다. 계속 켜놓고 듣고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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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펠리시아 카페 앞에 도착했다. 주차를 하는데 변속기가 계속 신경 쓰인다. D에서 R로 갈 때 힘 조절을 잘 못하면 쉽게 P로 가버린다. 대신 360° 카메라는 주차를 돕는다. 차량 외부에 장착된 카메라는 차량 주변을 실시간으로 촬영하고 가상 조감도를 만들어 센터페시아 모니터에 띄운다. 좁은 공간에서 주차할 때 참 든든하다. 차에서 내려야하는데 내리고 싶지가 않다. 주차를 마치고 시동을 끄려다 시선이 센터 모니터에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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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모니터에 지문이 잔뜩 묻어있다. XC60 T6 인스크립션… 가솔린 모델 답게 조용하다. 최고출력 320마력과 최대토크 40.8 kg•m의 넉넉한 힘은 편안하면서도 강력한 주행을 뒷받침했다. 가뿐한 움직임과 안정감 있는 가속감은 정말 인상적이다. 계기판을 보니 3일 동안 시내 주행과 고속도로 주행한 연비는 10.5(km/L)를 남겼다.

3일간 XC60과의 만남은 짧고도 진하다. 이 강렬한 만남은 XC60의 ‘중형 SUV시장 1위’ 비결을 말해줬다. 특히 여성분들에게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도 깊이 공감됐다. XC60을 한 번 타본 사람은 이 편안한 주행 감각과 스웨디시 감성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시승차 가격, 7천 5백만 원을 떠올리며 드림카로 마음에 적어 놓는다. 가격을 곱씹으며 다시 한 번 차를 둘러보니 이 말이 툭 튀어나온다. ”아, 슬프도록 좋다.”

글/ 김송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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