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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와 하나되는 퓨어 스포츠카, 케이터햄 수퍼세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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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시승기라기 보다는 왜 수퍼세븐을 갈망하는지, 그리고 이토록 독특한 차에 오르게 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기회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

글 : 안병도 (모터리언 독자)
사진 : 박기돈 (모터리언 편집장)
(본 시승기는 모터리언의 독자가 기고한 글을 기고자의 동의 하에 모터리언 편집팀이 일부 편집, 정리하였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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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경량 로드스터, 그리고 퓨어 스포츠카를 추구해 오면서 기아 엘란, 로터스 엘리스 등을 거치게 되었고, 결국 수퍼세븐을 소유하기에 이르렀다.

스포츠카를 타는 이유는 뭘까? 본인이 생각하는 답을 미리 말하면, 단순히 스피드 외에 얻을 수 있는 무한 감성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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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터햄 수퍼세븐은 참으로 불편한 차다. 자주 타지 않고, 또한 자주 탈 수도 없는 차량이기에 잦은 방전은 필수다. 거기다 한 달에 한번, 아니 분기에 한번이라도 큰 맘 먹고 차에 오를라치면 무척 많은 장비들을 준비해야 한다. 썬크림, 모자, 썬글라스, 레이싱 장갑, 레이싱 슈즈, 그리고 방전 시 쉽게 점프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자동차용 휴대용 배터리, 그 외에도 많은 잡다한 용품들…… 그리고 생수 한 통.

보통 차를 타고 여유롭게 드라이빙을 하러 나가는 사람이 이런 잡다구리한 장비들을 일일이 다 챙겨야 한다면 어떻게 할까? 그냥 드라이빙을 포기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슈퍼세븐에는 이런 번거로움을 감수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클리어해야만 비로소 수퍼세븐에 오를 수 있다.

오래된 차, 캬브레터 방식, 풀 오픈 탑!!! 갑자기 닥쳐올 어떤 트러블에도 대처 할 수 있는 모든 장비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장비들은 직접 체험한 경험에 의해 하나씩 둘씩 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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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세븐을 모셔 온 초창기에는 캬브레터 세팅이 흐트러져, 도로를 주행하는 것 보다 업혀 다니는 일이 더 많았던 때도 있었다. (ㅎㅎㅎ) 하긴 그 짓도 몇 번 해보면 얼굴에 철판이 수 십장 깔린다. 도로 한복판에 서 있는 이 독특한 물체 옆에서 생수를 마시며, 담배 한 모금 할 수 있는 여유까지 생기니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기에 그토록 어렵게 수퍼세븐을 소유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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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통 엔진은 1,700cc의 저 배기량이지만 트윈 캬브레터에서 뿜어내는 힘은 강력하다. 수치상으론 137마력에 불과하지만 550kg 정도의 가벼운 차체에 그 힘이 가해졌을 때는 실로 엄청난 체감 스피드를 선사한다.

시동키를 돌렸을 때의 즉각적인 반응. 마치 무언가 기다렸다는 듯이 폭발하는 시동음을 전해준다. 더불어 실내에는 약간의 오일 타는 냄새와 섞인 휘발유 냄새가 퍼진다. 뭐 그리 나쁘진 않다. 이 또한 즐거움과 감성 아니겠는가?

1단에서 4천rpm까지 올려 2단으로 변속, 적당히 엔진 열이 오르고 연료가 돌면, 그제서야 ‘아! 이제 기지게 좀 폅니다’ 이렇게 슈퍼세븐이 내게 말한다. 초반 출발 시 캬브레터의 특성상 연료공급이 원할 하지 않으면 바로 말을 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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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차는 수동 4단 변속기를 얹고 있다. 늘 아쉬워 하면서도 실제 공도에서는 언제나 100km/h를 넘기지 않는다. 밟는다면 더 나가지만, 굳이 이 차를 가지고 그리 달릴 필요가 없다.

80km/h를 넘기는 순간 이미 체감속도는 150km/h에 육박한다. (ㅎㅎㅎ) 100km/h로만 달려도 이미 주변 풍경과 차량에서 몸에 전달되는 진동 및 소음은 어느 F1 머신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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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써킷을 달린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안전속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공도 주행만으로도 그 순간, 그 곳이 바로 써킷이 된다. 비록 주변을 달리는 차들이 F1 머신 마냥 쌩쌩 내 앞으로 추월해 가지만 말이다.

그런 일에도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눈앞에 펼쳐지는 세븐의 긴 보닛, 롱 노즈 끝에서 반짝이는 크롬 헤드램프(시력이 아주 좋으면 그 속에서 본인의 얼굴을 찾을 수 있다), 도로를 읽으며 춤을 추는 싸이클 펜더의 움직임, 이 모든 부분들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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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게는 저마다의 역할과 목적이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내게 있어서 수퍼세븐은 그저 그 모습 그대로 내 곁에 있다는 존재감 만으로 충분하다. 가져 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교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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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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