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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재규어 XE 온라인 판매: 도약의 기회, 혹은 가치 하락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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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재규어의 컴팩트 세단 XE가 소셜 커머스인 티몬에서 판매되면서 수입차 업계가 발칵 뒤집어진 적이 있었다. 티몬에서는 재규어 XE 2.0 디젤을 온라인으로 판매했다. 포트폴리오와 R-스포츠 등 2개 트림에 색상도 고를 수 있고 시승까지 가능하다는 것이 티몬의 설명. 준비된 20대의 물량은 단 3시간 만에 “완판”됐다.

하지만 재규어 랜드로버 측은 곧장 협의된 바 없는 판매라며 반발했다. 대당 700만 원 가량의 할인이 이뤄지며 온라인 판매되면서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딜러의 판매권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재규어는 딜러사에서도 알 지 못하는 일이라며 티몬에 대한 법적 대응까지 나서겠다고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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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밝혀진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티몬은 SK 엔카를 통해 차량을 공급받기로 하고, SK 엔카는 인천의 아주 네트웍스 딜러사를 통해 차량을 제공하기로 한 것. 고객이 기존에 타던 차량은 SK 엔카가 중고차로 매입해 매물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합의가 정식 계약서가 아닌 이메일 등 구두계약으로 이뤄져 재규어 랜드로버 본사에는 1명의 마케팅 담당자 외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이에 사건은 혼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재규어 랜드로버와 중간 판매자인 SK 엔카, 그리고 티몬이 서로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수입차 업계의 속내는 조금 다르다. 어짜피 실제 구입 과정에서 대폭적인 할인이 더해지는 경우가 대다수기 때문에 판매량을 늘릴 수 있다면 온라인 판매를 마다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온라인 판매가 자동차 판매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도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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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재규어 XE의 경우 딜러사를 통해 구입하면 약 650만 원 가량의 할인이 이뤄진다. 티몬 판매 시에는 이러한 할인가에 공동구매의 혜택으로써 약간의 할인이 더해진 수준이다. 원래 할인가를 안다면 절대로 브랜드 가치가 타격을 입을 정도의 “떨이”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반면 할인폭에 비해 판매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재규어 XE는 현재 월 평균 200대 미만의 판매를 보이고 있다. 재규어 전체 판매 중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만 절대 판매량은 BMW 3 시리즈나 메르세데스-벤츠 C 클래스 등 경쟁 모델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모델 인지도가 낮은 까닭이다.

그런데 온라인 판매 시 모델의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불과 3시간 만에 20대가 판매된 것은 기존 실적을 고려하면 놀라운 것이다. 온라인 판매의 가능성을 외면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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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판매의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포드에서는 TV 홈쇼핑을 통해 일부 모델을 판매했던 전력이 있고, 미국의 테슬라는 딜러사를 두지 않고 모든 모델을 온라인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직접 전시장을 찾아가는 수고로움 없이 편리하게 차를 선택할 수 있고, 판매자도 인력과 자원을 절약하면서 높은 판매량을 끌어낼 수 있다.

재규어 랜드로버 역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식 딜러사를 통한 계약이었던 만큼 소비자에게 문제 없이 차량을 제공할 방법 찾기에 고심 중이다. 20대의 신차 판매를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법적 대응까지 거론된 만큼 정상적으로 차량을 인도할 명분이 필요한 셈이다.

수입차 업체에서도 이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브랜드 이미지 저하에 대한 우려는 처음에만 있을 뿐, 온라인 판매가 주된 판매 방법 중 하나로 자리잡는다면 판매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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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딜러사 중심의 기존 판매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수입차 업체들은 딜러사에게 일정 지역의 판매권을 보장해주는 대신 차량 판매와 사후 관리(A/S)에 대한 책임을 위임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전국구로 이뤄지는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되면 딜러사의 반발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여전히 대다수 수입차 업체들이 럭셔리,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온라인 판매에 나섰다가 자칫 싸구려나 떨이 이미지가 생길 걱정도 있다. 온라인 판매의 주류를 이루는 홈쇼핑, 오픈마켓, 소셜 커머스 등이 모두 “저렴함”을 무기로 판매에 나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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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애초에 합리적인 정가를 매기지 않고 높은 가격을 매긴 뒤 할인을 해주는 식의 현재 수입차 판매 방식을 온라인 판매가 오히려 고착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근본적인 지적도 있다. 국산차와 마찬가지로 수입차 역시 폭리 없는 정가를 매긴 뒤 투명하게 판매하는 “원 프라이스”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온라인 판매가 침체된 수입차 시장의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인지, 기대와 우려 속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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