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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엔진으로 심기일전, 쉐보레 트랙스 디젤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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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굵직한 국산 신차들이 출시되면서 국산차의 반격이 거세지는 가운데, 쉐보레의 행보에 유독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주력 모델인 경차 스파크가 풀 체인지 되면서 좋은 평가를 얻었을 뿐 아니라 기함 임팔라도 우수한 상품성으로 그랜저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브랜드의 엔트리 모델과 기함을 동시에 정비하면서 브랜드 전체의 아이덴티티를 재정비한다는 계획이다.

그런 가운데 B-세그먼트 SUV인 트랙스에도 마침내 변화가 찾아왔다. 소비자들이 오랫동안 요구했던 디젤 엔진이 출시 3년 만에 탑재된 것. 폭스바겐의 전례 없는 ‘디젤 게이트’ 사태가 디젤 열풍에 찬 물을 끼얹었지만, 여전히 실용성과 효율이 강조되는 B-세그먼트 SUV에서 디젤 엔진은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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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는 트랙스의 높은 기본기가 디젤 엔진 투입을 통해 드러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강력한 경쟁자들이 여전히 상한가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디젤 엔진은 과연 진흙 속의 진주를 세상으로 끌어낼 수 있을까? 트랙스 디젤을 타 보며 그 해답을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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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가 디젤이 맞나?” 외관 상 기존의 트랙스와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 바뀐 점이라면 트렁크 리드의 “Turbo” 엠블렘이 빠진 정도. 전면부에서는 라디에이터 그릴에 크롬 장식이 추가된 타입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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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히 말해서, 트랙스의 스타일링이 한 눈에 끌리는 타입은 아니다. 개성이 중시되는 세그먼트인 만큼 디자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주요 경쟁자들이 프로젝션 타입 헤드램프와 LED 주간주행등, LED 테일램프 등을 기본 사양으로 폭넓게 탑재하고 있는 반면, 트랙스는 할로겐 램프와 전구 타입 테일램프를 채택하고 있다. 주간주행등 역시 벌브 타입으로, 막내인 스파크조차 프로젝션 램프와 LED DRL을 채택한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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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합격점이다. 높은 전고와 탁 트인 시야는 운전 편의성을 높여주고, 모호한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경쟁자들에 비하자면 정통 SUV의 비례에 가까워 SUV 스타일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게는 긍정적으로 와 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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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역시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 시승차에는 브라운 투톤 인테리어가 적용됐는데, 색감이 제법 고급스럽다. 센터페시아 레이아웃은 기존과 완전히 동일하며, 마이링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됐다. 계기판 클러스터 역시 기존과 같은 바이크 타입이지만 디젤 엔진이기 때문에 회전계에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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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링크에는 기본 내비게이션 기능이 없지만, 스마트폰에 브링고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미러링 방식으로 내비게이션을 지원한다. 최신 경쟁자들과 비교하면 다소 불만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신형 스파크와 임팔라가 애플 카플레이를 탑재한 반면 연식 변경 모델에서 애플 카플레이가 적용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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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다 못해 썰렁한 인테리어와 플라스틱 일색의 마감 품질은 영 못마땅하지만, 실용성 면에서는 탁월하다. 우선 높은 전고 덕에 2열에 성인 남성이 앉아도 헤드룸이 좁은 느낌을 받지 않는다. 폴딩 시에는 2열 시트의 방석 부분을 앞으로 젖혀 트렁크와 완전히 평평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장점. 트렁크는 시트를 폴딩한 경우 1,370L까지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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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이번 시승에서 가장 초점을 맞춘 것은 파워트레인의 변화다. 변화라기보단 추가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오펠에서 생산하는 1.6L CDTi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35마력, 최대토크 32.8kg.m을 낸다. 경쟁 모델인 QM3(90마력, 22.4kg.m)와 티볼리 디젤(115마력, 30.6kg.m)과 비교하면 배기량 대비 가장 강력한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기존 가솔린 모델 역시 1.4L 터보 엔진을 탑재해 퍼포먼스를 강조했던 만큼, 디젤 또한 경쾌한 달리기 실력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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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주행에서도 답답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차 중 출발하는 상황이건, 혹은 고속 주행 중 추월 가속을 하는 상황이건 처지지 않는다. 고속도로에서 제한속도까지 힘껏 가속해도 여전히 힘이 넉넉하게 남는다. 다만 가솔린 때와 마찬가지로, 기어비는 가속보다 효율에 초점을 맞춘 세팅이기 때문에 가속감이 폭발적이지는 않다. 다운시프트 시에도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회전수를 충분히 보상해 줘 울컥이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동급 모델들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채택하고 있는 시점에서, 토크컨버터 방식을 고수하는 고집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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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 장점이라면, 굉장히 조용하다는 것. GM 내부에서는 속삭임처럼 조용하다는 뜻에서 “위스퍼링 디젤”이라고 부를 만큼, 1.6 CDTi 엔진의 정숙성은 우수하다. 외부에서도 엔진 소리가 그리 크게 들리지 않으며, 실내에서는 가솔린 못지 않은 정숙성이 일품이다. 정차 중이건 주행 중이건 소음과 진동이 극도로 절제돼 있다. 디젤의 소음·진동 때문에 디젤을 망설이던 소비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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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체는 전반적으로 가솔린보다 탄탄하게 조율됐다. 더 무거워진 엔진을 잘 받치기 위함이다. 덕분에 고속 안정성이 이전보다 좋아졌고, 고속에서 휘청이기보다는 안정적으로 노면에 달라붙는 느낌이다. 높은 전고에 비하자면 코너링 감각도 우수한 편이다. 다만 패들시프트가 없고, 누르기 애매한 토글 스위치로만 작동할 수 있는 수동 변속 모드는 여전히 옥에 티다. 쉐보레는 유독 패들 시프트에 인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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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연비는 복합 14.7km/L로, QM3와 티볼리 디젤에 비하면 가장 낮은 수치다. 하지만 동급 중 가장 우수한 퍼포먼스를 갖췄고, 또 실연비가 좋은 편이라 큰 불만은 없다. 실제 시승 간 실연비는 복합 15.0km/L을 기록했으며, 고속 주행에서는 어렵지 않게 18km/L 이상을 기록했다. 기왕이면 스톱&스타트 기능을 탑재해 정차 중 연비를 더 개선했다면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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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스 디젤의 종합적인 완성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트랙스는 처음 등장했을 때와 같이 여전히 돋보이는 만듦새를 지녔고, 새로운 파워트레인은 실망시키지 않는 달리기 실력을 뽐낸다. 소위 자동차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것들-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것-에 충실한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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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냉정히 말해서 소비자들에게도 매력이 있을 지는 의문이다. 이미 QM3와 티볼리가 대박을 치면서 동급 시장에서 주류로 자리잡았고, 2008과 같은 수입 모델들의 아성도 거세다. 특히 20~30대 젊은 소비자가 주류인 이 세그먼트에서, 시선을 끌어 모으는 개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트랙스의 가장 큰 약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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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효율과 유러피언 스타일을 갖춘 QM3, 개성 강한 마스크와 가솔린·디젤·4WD, 장차 롱바디까지 준비 중인 티볼리와 비교해 보면 기본기 외에 트랙스가 스스로를 어필할 강점을 찾기 힘들다.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은 기본기만으로 차를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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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는 디젤 출시가 분위기를 전환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티볼리가 지난 7월 디젤 출시 전까지 가솔린 엔진만으로도 흥행에 성공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비단 파워트레인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젊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세련된 내·외관과 다양한 편의사양 및 고급화 사양들은 추후 부분 변경 시 반드시 적용돼야 하는 요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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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뒤늦게나마 디젤 엔진이 추가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디젤 엔진으로 말미암아 트랙스의 탄탄한 기본기가 재조명받을 기회를 얻었으니 말이다. 물론, 소비자들이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트랙스 디젤을 선택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트랙스 디젤의 가격은 2,156~2,477만 원이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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