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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도 심장도 새롭게, 메르세데스-벤츠 B200 C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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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라는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고급 세단의 이미지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메르세데스-벤츠의 라인업은 컴팩트한 사이즈의 C 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의 허리를 담당하는 E 클래스, 럭셔리 풀사이즈 세단의 진수를 보여주는 S클래스로 구성된다. 하지만 고급 세단만을 고수해서는 갈수록 다양해지는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오늘날 메르세데스-벤츠는 세단은 물론이고 소형차, SUV, 스포츠카, 다목적차량을 비롯해 상용차까지 생산한다. 고성능 디비전인 메르세데스-AMG에서 생산하는 슈퍼카들과 같은 다임러 AG(Daimler AG) 산하의 스마트(Smart)에서 생산하는 경차까지 추가하면 거의 모든 세그먼트의 차량을 생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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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2005년 첫 선을 보인 B 클래스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소형 MPV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다른 모델들은 승차감, 핸들링을 위해 후륜 구동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B 클래스의 경우엔 실용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유리한 전륜 구동 플랫폼을 채용한 점이 특징이다. 2012년에 데뷔한 2세대 B 클래스는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A 클래스, CLA 클래스 및 GLA 클래스와 MFA 플랫폼을 공유한다. 다만 MPV라는 구조의 한계 때문인지 다른 형제 모델들과 달리 AMG의 선택을 받지 못한 비운의 모델이 되었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2세대에서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모델이다. 단순히 디자인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갈수록 엄격해지는 환경 규제에 맞춰 신형 디젤 엔진을 탑재해 유로 6 기준을 만족시켰고, 안전 및 편의 사양들이 새롭게 탑재되어 더욱 편안한 드라이빙 환경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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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디자인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다. 범퍼의 디테일이 약간 변경되었고, LED가 적용된 헤드라이트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새로운 패밀리룩에 맞는 형태로 변경됐다. 범퍼 하단을 금속 재질로 처리해 스포티한 느낌을 주었고, 입체감이 더해진 그릴로 당당한 앞모습을 완성했다. 이전 모델보다 강해보이는 이미지를 가졌지만, 전체적인 디자인 흐름에선 크게 벗어나지 않아 관심을 갖고 보지 않는다면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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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클래스는 전장 4,400mm, 전폭 1,780mm, 전고 1,555mm로 라이벌인 BMW 액티브 투어러와 비교했을 때 전장은 60mm 길고, 전폭은 20mm 좁으며, 전고는 동일하다. 2,700mm의 휠베이스 덕분에 실내 공간이 넉넉하다. 자칫 심심해 보일 수 있는 측면 디자인에 굵은 캐릭터 라인으로 포인트를 줘 단조로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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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역시 큰 차이가 없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의 모델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십자(+) 형태의 송풍구가 시선을 이끄는 탓일까, 스티어링휠의 형상이 각진 형태에서 곡선 위주의 디자인으로 바뀐 것과 센터페시아 상단의 모니터가 더 커진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을 찾아내기 어렵다. 칼럼쉬프트 방식을 채용해 일반적으로 기어 노브가 위치하는 부분을 수납공간으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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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부분이 원형으로 디자인된 스티어링 휠은 보다 세련된 느낌을 준다. 가죽과 금속의 질감도 만족스럽고, 쉬프트 패들과 버튼 조작감도 흠 잡을 부분이 없다. 스티어링 휠이 가벼워서 회전시키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코너에 진입할 때 스티어링 감도가 변하는 듯한 이질적인 느낌이 있다. 아무리 소형차라지만 메르세데스-벤츠 답지 않은 감각이라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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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시트포지션 덕분에 시야가 넓어 운전이 편리하다. 운전석은 전동으로 조절되는 데 반해 조수석은 수동으로 조절해야 하는 점이 다소 아쉽다. 무난한 형상의 시트는 급격한 코너에서 운전자를 꽉 잡아주진 못하지만 일상 주행에선 전혀 불편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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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자리는 넉넉한 헤드룸과 레그룸에도 불구하고 성인 남자 3명이 타기엔 다소 불편하다. B 클래스가 젊은 고객들이 찾는 소형 MPV라는 것을 생각하면 뒷좌석에는 성인보다 어린아이가 탈 경우가 많다. 이를 반영해 어린 아이를 위한 부스터 시트가 탑재됐다. 시트 방석 부분의 레버를 당기면 어린이 카시트처럼 시트가 높아지며, 유아의 몸을 고정시킬 수 있는 머리 보호용 쿠션도 포함돼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 등받이에 장착된 접이식 테이블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배려를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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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공간은 넉넉하다. 평소 488리터의 트렁크 공간은 뒷좌석 폴딩시 최대 1,547리터까지 확장 가능하다. 일상 생활은 물론이고, 캠핑, 레저 등의 활동에도 부족함이 없다. 걸리는 부분 없이 활짝 열리는 트렁크와 낮은 입구 덕분에 짐을 싣고 내리기가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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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페이스리프트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엔진이다. 이전 모델의 1.8리터 엔진 대신 2.2리터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유로 6 기준을 충족시키는 새 엔진은 최대출력 136마력/3,200rpm, 최대토크 30.6kg.m를 발휘해 이전 모델과 같은 출력을 발휘하지만, 연비가 15.7km/l에서 16.5km/l로 상승된 것이 특징이다. 0-100km/h 가속은 9.8초, 최고속도는 210km/h에서 제한된다. 에코 스타트/스탑 기능이 적용되어 훌륭한 효율을 자랑하는 엔진이지만, 디젤 엔진 특유의 저속에서의 진동 및 소음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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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과 조화를 이룬 메르세데스-벤츠의 7단 듀얼 클러치는 성능보다는 효율 위주로 설계됐다. 오토 모드에서 주행 시 최적의 연비를 낼 수 있는 구간을 유지하기 위해 부지런하게 기어를 바꾼다. 스티어링휠 뒤에 달린 패들 쉬프트를 이용해 변속하며 좀 더 속도를 높여본다. 30kg.m이 넘는 토크 덕분에 체감 가속력은 제원보다 훨씬 빠르다. 듀얼 클러치 미션 답게 변속 속도도 충분히 빠른 편이고, 쉬프트 다운 시 회전수 보정 역시 훌륭하게 해내지만 분명 스포츠 주행을 염두에 둔 설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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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전고 때문에 주행 안정성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저속에서 다소 부드럽게 움직이는 서스펜션은 출렁이지 않으면서도 노면에서 전해지는 충격을 훌륭하게 걸러준다. 하지만 고속화도로에 진입해 속도를 높이면 하체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차체 전체가 바닥에 딱 붙는 느낌으로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고속에서 차선 변경 시 차체가 휘청이는 것은 구조적 한계이니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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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추가된 각종 편의장비 덕분에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운전이 가능해졌다. 전방의 레이더 센서를 통해 앞차와의 거리를 측정 후 운전자에게 경고를 해주는 충돌방지 어시스트 플러스, 사각지대의 차량들을 인식해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사각지대 어시스트, 타이어 압력 모니터링 시스템인 TPMS 등의 안전 장치가 기본으로 탑재된다. 하지만, 이전 모델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지원되지 않는 네비게이션과 후방 카메라의 부재는 감점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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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클래스는 분명 메르세데스-벤츠의 다른 모델들에 비하면 부족함이 많은 차량이다. 하지만 B 클래스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라인업 중 가장 특색있는 차종 중 하나다. S 클래스가 럭셔리함을, AMG 모델들이 폭발적인 성능을 그 무기로 삼듯이, B 클래스의 무기는 뛰어난 경제성과 일상과 레저를 넘나드는 최고의 실용성이다. 단순히 ‘짐차’가 아닌 세련된 이미지를 가진 실용적인 MPV를 찾고 있다면 B 클래스가 바로 그 정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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