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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프가이 크로스컨트리의 재발견, 볼보 XC70 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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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크기와 스타일의 SUV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 SUV를 능가하는 넓은 공간과 다용도성, 전천후 주파력, 그리고 매우 안정적이고 파워풀한 주행성능까지 갖춘 볼보 XC70은 아빠처럼 여유롭지만 터프가이의 거친 면도 함께 갖춘 매력덩어리다. 크로스컨트리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는 볼보의 원조 크로스컨트리, XC70 D4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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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의 SUV 라인업은 XC60, XC70, XC90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XC70은 일반 SUV와는 다른 왜건 스타일이지만 당당히 ‘XC’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아니 사실은 XC70이 XC 시리즈의 원조다. 왜건 잘 만드는 볼보가 중형 왜건 ‘V70′의 지상고를 높이고, AWD를 더해 1998년 ‘V70 XC(크로스컨트리)’를 선보였고, 그 후 본격적인 SUV인 ‘XC90′이 등장하면서, V70 XC도 이름을 XC70으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최근 볼보가 ‘V40 크로스컨트리’와 ‘V60 크로스컨트리’에 이어 세단 형태인 ‘S60 크로스컨트리’까지 연달아 발표한 만큼 XC70의 향방이 어떻게 될지는 지금으로서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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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C70은 우선 왜건으로 접근하는 것이 이해하기 쉽다. 승용차처럼 편안한 주행감각과 안정성을 갖고 있으면서 큰 짐도 여유롭게 실을 수 있는 왜건은 유럽, 특히 생활이 넉넉한 북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왜건으로 좀 더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는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자니 자연스럽게 AWD가 더해졌고, 험로를 좀 더 적극적으로 주파할 수 있도록 차고도 조금 높였다. 그러고 보니 SUV처럼 뚱뚱하지는 않으면서 스타일은 터프해 스포츠카와는 또 다른 터프가이 이미지가 풍긴다.

2003년 등장한 XC70은 2007년 2세대로 진화했고, 2013년 페이스리프트를 통해서 지금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이때 외관보다는 실내 디자인이 보다 우아한 모습으로 많이 바뀌었다. 지난 해부터 국내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한 현행 모델은 볼보의 새로운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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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은 첫 눈에도 터프가이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더 크고, 그릴 안쪽을 검정색으로 꾸몄고, 앞, 뒤 범퍼와 옆구리에 검정색 플라스틱을 더해 험로에서의 상처에 대비했다. 그 위에 은색 스키드 플레이트를 달아 험로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앞, 뒤 펜더에도 검점색 플라스틱을 덧대 우람한 오버펜더 근육을 자랑한다.

최저 지상고는 세단인 S80이 151mm인데 반해, XC70은 210mm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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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여전히 무척이나 심플하지만 지난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상당히 고급스럽게 바뀌었다. 데시보드 위에 우아한 곡선이 더해졌고, 센터페시아의 볼륨감도 높아졌다. 데시보드를 가로지르는 부분과 센터페시아에는 리얼 우드 패널을 더해 차분하고 여유로운 북유럽의 정취를 한껏 끌어 올렸다. 나무의 질감이 잘 살아 있어서, 이 차를 오래 타면 이 나무에서 오래된 목조 가구의 느낌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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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데시보드 중앙에서 팝업으로 올라오던 네비게이션 모니터는 고정식으로 바뀌었고, 지니 네비게이션이 터치식으로 적용돼 사용하기 무척 편리하다.

오디오는 블루투스 스트리밍을 비롯해 다양한 미디어 소스를 잘 지원하며 볼보 특유의 뛰어난 음질을 제공한다. 다만 노래 제목 등 음원 정보가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 점은 아쉽다. 음악을 듣는 중 시동을 꺼도 음악은 살아 있고, 문을 열면 그 때 음악도 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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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 가장 멋진 부분은 두툼한 스티어링 휠과 그 너머로 보이는 계기판이다. 계기판은 가운데 큰 원을 비롯해 좌우 패널이 모두 디지털 디스플레이여서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고, 스타일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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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테마는 ‘엘레강스’, ‘에코’, ‘다이나믹’의 3가지가 준비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다이나믹이 가장 마음에 든다. 가운데 큰 원이 회전계가 되고 원 안쪽에 디지털로 속도가 표시되는데, 전체적으로 정열적인 빨간색이 강조됐다. 엘레강스와 에코에서는 가운데 원이 속도계가 되고, 회전계는 우측 모니터에 눈금으로 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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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공간은 무척 여유롭다. 2열도 공간이 매우 넓다. 차체 크기가 4,840 x 1,875 x 1,605mm에 휠베이스가 2,815mm로 중형 세단의 공간을 갖추고 있으면서 지붕이 더 높고 화물칸이 온전히 확보된 만큼 SUV 못지 않은 공간이 자랑이다. 현대 싼타페의 4,700 x 1,880 x 1,680mm, 휠베이스 2,700mm와 비교하면, XC70이 실내 공간과 화물칸에서 더 여유로움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공간의 높이 면에서는 조금 낮기는 하지만 일반 승용차보다는 훨씬 여유 있는 수준이어서 크게 아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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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번 시승에서 간단한 아웃도어 용품들을 싣고 풍광이 좋은 강변을 찾았는데, 야외용 테이블을 세로 방향으로 실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화물 공간이 매력이었다. 야외용 테이블 세트와 커다란 캠핑 의자 2개, 스탠드형 대형 가스 그릴, 텐트 등을 다 실어도 공간에는 여유가 넘친다. 2열 시트 뒤쪽에는 그물이 아닌 탈착식 격벽을 설치할 수도 있어 많은 짐을 실었을 때 승객석을 보호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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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XC70은 지난해 새로운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이 적용됐다. 2.0 디젤 D4 엔진은 최고출력이 기존 163마력에서 181마력으로 올라갔고, 최대토크는 40.8kg.m로 동급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변속기는 자동 8단이다.

여러 번 새 D4 엔진을 장착한 모델을 시승하면서 강력한 파워와 함께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확실하게 줄어든 진동이었다. 주행 중에는 가솔린 엔진 못지 않은 정숙성을 자랑하는 디젤 엔진들도 아이들링 상태에서는 시트나 스티어링 휠에 쉽게 진동이 전달되기 마련인데, 새로운 i-art 기술이 적용된 드라이브-E D4 엔진은 아이들링 상태에서도 탁월한 정숙성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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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XC70 D4 시승에서는 그와 더불어 기대 이상으로 스포티한 주행 감각이 두드러졌다. 우선 공차 중량 1,835kg에 이르는 상당히 육중한 차체임에도 0~100km/h 가속이 8.8초로 무척 경쾌하다. 왜건에다 크로스컨트리 모델인데도 이정도 가속을 뿜어낸다는 것이 매번 놀라웠다. 거기다 기어레버를 왼쪽으로 밀어서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특별한 재미가 더해진다. 급 가속 상황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시내나 간선도로를 스포츠 모드로 주행하면 가속하려는 순간에 조금의 뜸도 들이지 않고 즉각적으로 가속이 이뤄지는데, 이런 상황을 유지하면서 달려보면 마치 스포츠카를 타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다. 어차피 웬만한 스포츠카들도 시내나 간선도로에서 급 가속을 하지 않는 이상 일상적인 추월 가속 정도는 이와 유사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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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스포츠 모드가 매우 적극적으로 설정됐다는 뜻이다. 이런 설정은 브랜드마다 다른데, 안전과 여유의 상징인 볼보가 이렇게 적극적인 스포츠 모드를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 이채롭다. 심지어 정지 상태에서도 스포츠 모드가 되면 달려나갈 준비를 적극적으로 해 준다. 보통 웬만큼 잘 달리는 차들도 정지 상태에서는 스포츠 모드로 전환해도 회전수의 변화가 거의 없다. 그런데 D4는 정지 상태에서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자 거의 1,000rpm 근처까지 회전수를 올려준다. 출발부터 강한 토크를 뿜어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시프트 패들을 사용할 때도 달리기는 강조됐다. 스포츠 모드에서 시프트 패들을 사용하지 않고 급 가속하면 회전수가 약 4,500rpm 부근에서 변속이 이뤄진다. 그런데 시프트 패들을 당겨서 수동모드로 전환한 후 급 가속하면 회전수가 약 4,900rpm까지 올라가서 변속이 이뤄진다. 수동모드에서도 레드존에서의 시프트업은 자동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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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여러 모델을 함께 시승을 할 때는 몸이 훨씬 가벼운 S60의 달리기에 가려서 XC70이 얼마나 잘 달리는지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이번 시승을 통해서 XC70의 달리기 실력 재발견이 이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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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달리기가 경쾌해진 건 AWD가 빠졌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비록 아웃도어 라이프라 하더라도 사실 아주 험한 길을 가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보니, 앞바퀴 굴림이 국내 여건에는 더 적합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비록 AWD가 빠지긴 했지만 최저 지상고가 높은 만큼 터프한 외모에 걸맞게 가벼운 오프로드 주행은 거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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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또 새롭게 놀란 부분은 연비다. 복합 공인연비는 14.5km/L이며 실제 주행에서는 이를 살짝 상회한다. 급가속과 시프트패들을 사용한 수동모드로 고회전을 끝까지 사용하며 달려도 연비는 8km/L 전후가 나오고, 고속도로에서는 20km/L를 육박했다. 2리터 엔진과 무거운 차체를 감안할 때 매우 훌륭한 연비다. 훨씬 가벼운 현대 투싼보다 더 뛰어나다.

엔진 오토 스타트/스톱은 가다서다를 반복해도 매번 시동을 잘 꺼준다. 오토홀드와 냉방시트가 없는 점은 아쉽다.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과, BLIS, 시티 세이프티 등 볼보의 안전 장비들도 기본은 모두 갖췄다. 추돌경고 장치는 추돌이 예상되는 위급 상황에서 운전자 전방으로 빨간 불을 번쩍여 강렬한 경고를 보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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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의 XC70은 오랫동안 봐 왔다는 이유로 사실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모델이다. 그런데 그 사이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졌고, 특히 아웃도어 라이프에 관심이 크게 높아진 지금 다시 만나니 그 진가가 새롭게 다가왔다. 강해지고 효율이 높아진 파워트레인은 기대 이상의 파워풀한 달리기와 뛰어난 연비를 동시에 제공하고, 승객 및 화물 공간은 웬만한 SUV보다 넉넉하다. 높은 지상고 덕분에 가벼운 오프로드 주행이 가능하면서 차고가 보통의 SUV만큼 높지는 않은 만큼 온로드 주행안정성은 훨씬 더 뛰어나다.

왜건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볼 때, 왜건을 그저 ‘아빠 차’로만 치부하는 것이 안타까울 때가 많은데, 왜건에 크로스컨트리가 더해지면 그 아빠는 그냥 평범한 아빠가 아니라 힘 쌘 ‘터프가이 아빠’가 된다. 사랑이 아빠 추성훈처럼……

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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