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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파 키덜트를 위한 새로운 대안, 미니 쿠퍼 SD 5도어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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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덜트(kidult)’라는 단어가 있다. 어린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인 이 신조어는 ‘아이들과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의미한다. 가령 아이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장난감이나 만화 등을 유쾌하게 즐기는 성인들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오늘날에는 키덜트 문화가 어른의 전문성과 강력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시장에서도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키덜트 문화는 각박한 사회생활에 지친 성인들이 순진무구했던 어린 시절 갖고 놀았던 장난감이나 만화영화 따위에 다시 관심을 가지면서 시작된다. 레트로(복고) 문화와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지만, 진지함이나 심각함은 제쳐 두고 보다 유쾌하고 천진난만한 컨텐츠를 통해 지친 심신을 달랜다는 점에서 키덜트 문화가 조금 더 가볍고 부담 없는 분위기라 할 수 있다. 한 때는 이런 키덜트 문화가 ‘철 없음’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진지할 땐 진지하고 즐길 땐 즐기는 멋진 라이프 스타일로서 주류 문화에 안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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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넘치는 레트로 디자인과 유머러스한 아이덴티티를 내세우는 자동차 브랜드, 미니 역시 이러한 키덜트 열풍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사회적 성공과 어른의 책임만을 강조하는 각 잡힌 기성 자동차에 질린 소비자들에게 운전 재미가 가득하고, 진지함보다는 개성과 유쾌함을 추구하는 미니는 효과적인 일상의 탈출구가 돼 준다.

BMW 산하로 들어간 뒤 초창기에는 패셔너블하지만 운전 또한 만만치 않았던 미니가 여러 세대 옷을 갈아입고 보다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을 내놓으면서 이제는 패밀리 카로 쓰이기에도 손색이 없는 수준까지 변신에 성공했다. 가장 최근 미니 라인업에 추가된 미니 5도어 해치백은 기존 3도어 해치백 모델의 주행감각을 해치지 않으면서 컨트리맨의 높은 뒷좌석 활용도를 살리기 위한 절충안으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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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에 봐도 미니 5도어의 비례가 기존 3도어와 크게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니는 몇 년 전 컨트리맨을 통해 ‘뒷문이 있는’ 미니를 처음 선보였지만(클럽맨은 특이한 경우니 예외로 두자), 해치백 바디에 5도어를 적용한 것은 반세기가 넘는 미니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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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이 약 3.8m에 불과한 3도어 해치백은 그대로 도어를 추가하기에는 너무 짧았기 때문에 미니는 도어를 추가하면서 전장을 161mm, 휠베이스를 72mm 늘렸다. 적재능력과 탑승공간이 늘어나면서 자연히 전고도 11mm 높아져 추가적인 하중에 대비했다. 그 결과 트림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지만 전장이 3,982~4,005mm까지 늘어나 컨트리맨, 페이스맨에 이어 미니 사상 세 번째로 전장이 4m가 넘는 모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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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허리만 늘린 것은 아니다. 도어 추가를 위해 쿠페처럼 길었던 프론트 도어는 짧아졌고 기존에 없던 D필러가 추가되었다. D필러는 3도어에 비해 꽤 누워있고 그나마도 트렁크 리드에서 굴곡이 생겨 최대한 ‘덜 늘어난’ 것처럼 보이려고 애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니 5도어는 해치백보다는 왜건처럼 보여 어딘가 낯설음을 지울 수 없다. 전장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컴팩트한 차체 때문에 마치 허리가 긴 닥스훈트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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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런 어색함을 상쇄시킬 만한 미니 5도어의 최대 장점은 역시 리어 도어가 추가됐다는 것. 이제 어쩌다 미니 뒷좌석에 사람을 태울 일이 생겨도 1열 시트를 젖히고 손님의 머리를 좁은 틈으로 밀어넣는 불상사는 피할 수 있게 됐다. 최소한의 바디 연장으로 최적의 공간효율을 구하려다보니 리어 도어가 굉장히 짧아 겉보기에는 낯설지만, 후열에 탑승하기에는 충분하다.

2열도 기본적으로 헤드룸이 넉넉하기 때문에 쿠페 뒷좌석처럼 고개를 비틀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레그룸이 객관적으로 넉넉하지는 않다. 신장 180cm의 성인 남성이 탑승할 경우 무릎이 앞좌석에 가까스로 닿지 않는 수준. 특히 2열 가운데 자리는 3점식 안전벨트도 갖춰져 있지만 누군가를 앉히기에는 다소 미안할 정도이다. 그래도 우리는 이 차가 미니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존 미니 해치백을 생각하면 놀라운 개선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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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역시 대폭 넓어졌다. 엉덩이를 한껏 뒤로 뺀 덕분에 시트를 폴딩하지 않아도 꽤 넉넉한 공간이 나온다. 트렁크 용량은 278L로, 3도어 대비 67L나 늘어난 것이다. 휠베이스가 길어지고 뒷좌석이 넓어진 만큼 2열 공간도 커져 시트 폴딩 시 트렁크 용량은  941L까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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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기존 3세대 미니의 마감품질 개선은 그대로 이어받았다. 2세대까지만 해도 미니의 내장재에서 많은 것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겉보기에는 아기자기하고 개성 넘치지만 딱딱하고 저렴한 재질감의 플라스틱 마감재는 늘 아쉬운 부분이었다. 3세대 미니에서는 많은 내장재가 연질 플라스틱으로 대체되고 BMW i드라이브와 거의 동일한 형태의 컨트롤러가 추가되었다. 그러면서도 토글 스위치나 개성있는 엠비언트 라이트는 여전히 미니만의 아이덴티티를 잘 보여준다. 여전히 품질이 아쉬운 부분도 남아있지만, 큰 폭의 개선은 어쨌거나 합격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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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5도어는 4가지 파워트레인과 6가지 트림을 제공한다. 효율을 생각하면서 실속을 챙긴 3기통 가솔린 ‘쿠퍼’와 3기통 디젤 ‘쿠퍼 D’에는 각각 일반 트림과 편의사양을 추가한 하이 트림이 제공되며, 미니다운 펀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가솔린 4기통 쿠퍼 S와 디젤 4기통 쿠퍼 SD 등이 그것이다. 시승차는 디젤 라인업의 고성능 버전인 쿠퍼 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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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미니 쿠퍼 SD에 탑재되는 2.0L 직렬4기통 디젤엔진은 이전 세대에 비해 성능이 대폭 개선되었다. 기존 SD에 비해 27마력 향상된 170마력의 최고출력과 36.7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여 ‘S’ 로고에 걸맞는 퍼포먼스를 갖췄다. 여기에 BMW 혈통답게 매끄러운 변속실력을 자랑하는 6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파워트레인에 대해 부족한 점을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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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미니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변화는 ‘편해졌다’는 점이다. 미니가 세대를 거치면서 점점 안락하고 대중적인 수요에 맞는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서스펜션도 덜 신경질적으로 변했고 돌덩이같던 스티어링 휠과 페달 답력도 한결 부드러워져 여성 운전자가 조작하기에도 부담이 없겠다. 그러면서도 불필요한 유격은 최소화하여 조작장치들이 절도있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은 퍽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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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2개의 도어가 추가되면서 전장과 휠베이스가 늘어났으니 자연스럽게 주행 안정성이 좋아졌을 것이다. 서스펜션 역시 고-카트 필링을 강조하는 만큼 깔끔한 코너링 실력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승차에는 불필요할 정도로 트레드가 두꺼운 스노우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어 코너링이나 서스펜션 필링, 주행 안정성을 전혀 평가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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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침대처럼 휘청이는 타이어는 낮은 접지력과 불안정한 움직임으로 시승을 방해했다. 윈터 타이어는 겨울철 그립력을 최대화하되 제설이 완료된 도로 주행을 고려한 알파인 계열 타이어와 북유럽에서 주로 사용되며 거친 눈길과 얼음을 헤치고 달리기 위한 노르딕 계열 타이어로 나뉜다. 시승차에 장착된 타이어는 트레드가 두꺼운 노르딕 계열로, 눈도 내리지 않고 영상을 오르내리는 날씨에서는 어떤 주행감각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아쉽지만 미니 5도어의 주행성능에 대한 평가는 후일로 미뤄두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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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에 대해 첨언하자면 공인연비는 복합 17.6km/L로 표시되어 있다. 실주행 연비는 시내에서 13km/L을 기록했으며 고속주행 연비는 주행 패턴에 따라 꽤 큰 편차를 보였다. 가감속이 반복되는 주행 시에는 15km/L 내외로 조금 낮은 연비를 보였지만, 80km/h 정속주행에서는 무려 24.5km/L까지 연비가 좋아졌다. 조금만 연비를 신경쓴다면 공인연비 정도의 효율을 내기는 어렵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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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5도어의 캐치 프레이즈는 ‘미니에게도 새로운 미니’이다. 갈 수록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판매를 늘리고 있는 미니로서는 역사상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5도어 미니까지 출시하며 보다 많은 수요층을 공략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재미와 개성이 가득한 미니를 탐냈지만 떨어지는 실용성 때문에 구매를 망설였던 키덜트 아빠들에게는 사랑스러운 미니를 변호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지가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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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으로는 미니 브랜드에게 또 다른 고민이 생긴 것이나 다름없다. 미니가 5도어와 함께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나는 것은 반길 만하지만, 예전처럼 보다 불편하고 까탈스러워도 더 재미있는 미니를 추억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향후 라인업에 대한 신중한 고민을 통해 5도어와 같이 실용적인 모델과 별도로 더 ‘미니다운 미니’를 마련하는 것 또한 미니 브랜드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여러 실용성 높은 모델을 통해 대중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특유의 감성을 잃지 않는 포르쉐의 제품 기획은, 비록 브랜드의 클래스와 타겟이 다르다 할 지라도 미니와 같이 개성 강한 브랜드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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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런 외적인 이슈들은 차치하더라도 미니 5도어는 분명 매력적인 모델이다. 효율과 퍼포먼스의 사이에서 절묘하게 중심을 잡은 SD 모델이라 더욱 예뻐보인다. 허리가 늘어나 어색하지만 밉지는 않다. 이 실용적이면서도 미니의 색을 잃지 않은 5도어 모델을 통해 앞으로는 온 식구들과 함께 미니 사랑을 키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 아마도 미니 매니아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광경이 아닐까 싶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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