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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효율·스타일의 삼박자, 폭스바겐 뉴 시로코 R라인 2.0TDI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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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디젤과 스포츠카는 낯선 조합이었지만, 이제는 스포티한 자동차에 디젤 엔진이 올라가는 것도 더 이상 낯설지만은 않다. 가솔린 엔진처럼 쭉쭉 뻗는 맛은 덜하지만 초반 가속 영역에서의 풍부한 토크와 가속감, 기술적 발전을 통한 리스폰스 향상, 그리고 가솔린이 따라올 수 없는 효율 등은 디젤 스포츠카의 등장을 부추겼다.

특히 디젤 엔진 기술을 갖추고 고성능 스포츠카 개발에도 일가견이 있는 독일 브랜드들은 이 극적인 결합에 서 제대로 실력발휘를 해왔다. 유럽 최대의 메이커로 성장한 폭스바겐의 유일한 쿠페 모델, 시로코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2.0TDI 엔진을 탑재하고 시장에서 나름의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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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시로코는 2008년 출시된 3세대이다. 2세대와 시간적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1974년 1세대 시로코가 출시되었던 만큼 얕은 역사를 가진 가지치기 모델은 아니다. 오히려 잠들었던 매력적 모델이 화려하게 컴백했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시로코에는 하드코어 전륜구동 스포츠카로 손꼽히는 R 버전도 있지만, 지난 10월 부분변경된 뒤 국내에는 R라인 디젤 라인업만 판매중이다. 하지만 디젤이라고 얕보지 마시라. 경쾌한 운전재미와 디젤다운 효율, 세련된 스타일까지 갖춘 시로코는 여느 경쟁자와 견줘봐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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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상의 변화는 크지 않다. 기존의 비례나 스타일은 큰 틀에서 유지하되 최신 패밀리룩에 맞춰 약간의 손질이 더해졌을 뿐이다. 새로 추가된 보라색 컬러는 작은 차체에 무게감과 포스를 더해준다. 기존의 녹색 시로코는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청개구리같은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한껏 독이 오른 독개구리에 비유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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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코가 쿠페인지, 해치백인지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쿠페 DNA를 잔뜩 지니고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프레임리스 타입의 긴 도어와 극단적으로 짧은 오버행, 차급대비 커다란 18인치 휠 등이 이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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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범퍼의 공기흡입구는 면적이 더 넓어지고 3분할 형태로 바뀌었다. 7세대 골프 GTI를 닮은 아가미 형태의 장식이 더해지면서 안개등도 새롭게 디자인되었다. 바이제논 헤드램프는 주간주행등을 추가하고 디테일을 새로이 손봤다. 그 결과 이전보다 눈을 더 찡그리고 노려보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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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도 큰 틀 안에서 디테일이 변경되었는데, 둥글둥글했던 기존 디자인에 날을 세우고 LED 테일램프를 장착하여 한결 고급스러워졌다. 범퍼는 양 끝단에 브리더가 추가되면서 볼륨감이 다소 줄어들었다. 기존 시로코의 빵빵한 뒷태가 큰 매력이었는데, 다소 밋밋해진 새 디자인은 세련되지만 예전만큼 인상적이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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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인테리어는 골프의 레이아웃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도 기존에는 6세대 골프와 거의 동일한 레이아웃에 마감품질이나 재질감이 많이 떨어졌는데, 전반적으로 그러한 품질측면의 개선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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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센터페시아 상단에 추가된 스포츠 인스트루먼트 다이얼. 1세대 시로코에 탑재되었던 게이지의 형상을 따와 만들어졌는데, 오일온 게이지와 크로노미터, 터보 부스트 게이지로 구성되어있다. 특히 오일온과 부스트압을 아날로그식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터보 엔진 스포츠 모델에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이다. R라인 디젤은 물론, 추후 들어올 R 모델에서 더욱 요긴하게 사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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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코에도 뒷좌석은 존재한다. 하지만 많은 것을 기대하진 말자. 낮은 루프라인과 좁은 실내폭 덕분에 쿠페다운 실용성(?)을 보여준다. 성인 남성이 앉기에는 많이 좁기 때문에 뒷좌석에 사람을 태울 일이 잦다면 썩 좋은 선택이 되지 못한다. 차급대비 넓은 공간감을 주는 앞좌석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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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코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여전히 가격대비 기본적인 편의사양이 부족하다는 점. 퓨어 스포츠를 지향하는 만큼 전동식 시트나 썬루프 개방이 되지 않는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블루투스 스트리밍을 지원하지 않는다거나 장갑 하나 넣어두기도 부족할 정도로 수납공간이 지나치게 비좁은 점은 일상주행 시에 큰 불편으로 다가온다. 이 모든 것을 감수할 만큼 하드코어한 주행감각이 아니기 때문에 더 불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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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 측면에서도 불편함이 느껴졌는데, 사이드미러와 전방시야는 괜찮았지만 룸미러 후방시야는 형편없었다. 리어글래스가 좁은 탓도 있지만, 룸미러가 너무 윗쪽에 달려 거의 차량 바로 뒤의 바닥만 비춰진다. 불과 10m 정도 떨어진 뒷차도 보이지 않을 정도라 룸미러가 없는 상용차를 운전하는 기분이었다. 추후에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 1순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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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적어도 얼굴값을 하려면 시로코는 재미있어야 하는 차다. 디자인이 매력적인 만큼 성능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심장으로 탑재된 2.0L cigarettes shops TDI 엔진은 골프 GTD와 같은 184마력, 38.7kg.m의 성능을 낸다. 기존 대비 출력은 14마력 높아지고 토크도 3kg.m정도 상승했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성능이다. 그 결과 0-100km/h 가속시간은 0.6초 줄어든 7.5초가 되었고, 최고속도도 228km/h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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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타보면 동력성능의 개선이 더 와닿는다. 이전 대비 확연히 더 잘 나간다. 특히 최대토크가 나오는 구간이 보다 실용영역대로 이동하면서 2~3,000rpm에서의 가속감이 매우 경쾌하다. 하지만 그만큼 고회전에서는 토크 하락이 뚜렷이 느껴지면서 가속이 더뎌지는데, 디젤 엔진의 특성이라 생각하면 감수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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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디젤 엔진의 특성 상 고회전을 쥐어짜는 주행보다는 실용 영역에서의 치고나가는 맛이 더 재미있다. 변속을 레드존보다 낮은 4,000rpm 정도에서 해주면 토크 하락을 느낄 새 없이 가속이 이어진다.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만들어낸 근사한 엔진음은 적어도 달리는 동안에는 이 차가 디젤 엔진이라는 것을 잊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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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G는 이제 폭스바겐을 논할 때 빠지기 어렵다. 시로코 역시 DSG의 빠른 변속속도와 정확한 다운시프팅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다. 저속 일상주행 영역에서의 변속충격도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어 이제는 말하지 않으면 듀얼클러치 변속기라는 것을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이다. 다만 7단이 아닌 6단이라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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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션 세팅은 굉장히 하드한 편으로, 골프 GTI나 GTD에 비해서도 단단하다. 미니 쿠퍼S와 비슷하게 하드한 세팅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노면이 안 좋은 일상주행에서는 조금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고속주행과 코너링에서의 안정감은 독일차답게 탁월하다. 여기에 낮은 무게중심과 넓은 트레드가 더해지니 운전재미는 배가 된다. 디젤 엔진으로 인해 다소 헤비 프런트인 무게배분에도 불구하고 언더 스티어는 거의 느껴지지 않고 예리하게 코너를 돌아나간다. 이전에 서킷에서 골프 GTD와 비교시승을 해봤을 때도 보다 날카로운 코너링 성능이 인상적이었는데, 일반도로에서도 유감없이 실력발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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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7세대 골프 GTI와 GTD에 탑재된 프로그레시브 스티어링이 시로코에는 아직 탑재되지 않은 점은 옥에 티다. 스티어링 휠이 무겁기는 하나 일반 승용차와 같은 타각을 지니고 있어 코너링에서는 다소 헐렁하게 느껴진다. 4세대에서는 프로그레시브 스티어링을 적용하여 코너링 손맛이 더 좋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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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연비는 기존 모델 대비 소폭 하락한 14.8km/L이다. 오버스펙이었던 19인치 타이어를 18인치로 인치다운했음에도 불구하고 연비가 이 만큼이나 떨어진 것은 다소 의아하다. 물론, 어찌됐든 실연비가 탁월하니 용서가 된다. 시내주행 시에는 12~13km/L 정도를 유지했고 고속화도로에서는 직접 주행 시 18km/L, 크루즈 컨트롤 시 20km/L 정도를 기록했다. 이 정도의 운전 재미를 주면서 이 정도의 효율은 챙기는 모습을 보면 아무리 가솔린 엔진을 사랑해도 디젤에 질투가 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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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로코 R라인은 변화보다는 내실을 택했다. 화장을 고치고 품질은 높아졌으며 성능도 개선되었다. 100만 원의 가격 인상이 있기는 했지만 이 정도의 변화면 납득할 수준이다. 같은 파워트레인인 골프 GTD에 비하자면 실용성과 편의성은 좀 더 떨어지지만 스타일과 주행감각은 더 좋으니 어느 쪽을 희생할 것인지는 소비자의 몫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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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대 골프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디젤 엔진을 얹고도 재미를 챙길 수 있다는 것이 시로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재미있으면서 효율도 좋고, 무엇보다 여느 스포츠카에 견줄 만한 세련된 스타일까지 삼박자를 모두 챙기는 차는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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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은 골프를 바탕으로 무수히 많은 가지치기 모델을 내놓고 있다. 시로코 역시 그 중에 하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얼굴만 다른 골프는 아니다. 시로코는 오롯이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고, 20년여 만에 돌아왔지만 이제 다시 폭스바겐 라인업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보다 성숙해질 4세대 시로코가 더욱 기대되는 것 또한 그런 까닭이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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