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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투어 (11) 쌍 무지개가 환영해 준 아틀란틱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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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틱 로드에 도착해서 이처럼 극적인 사진을 담을 수 있었던 것은 큰 축복이었다.

노르웨이에 도착해서 하루 동안 열심히 달렸지만 최종 목적지인 아틀락틱 로드까지의 절반 정도 밖에 못 가고, 결국 그 중간 지점 정도인 송달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아침 일찍 다시 길을 재촉했다. 어제는 중간중간 사진 촬영도 많이 하고, 트롤 퉁가를 찾아 헤매기도 했지만 오늘은 그럴 시간이 없다. 해지기 전, 사진 촬영의 골든 타임 전에 아틀란틱 로드에 도착해서 사진촬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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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포시 내리는 빗길을 출발해서 길을 북쪽으로 잡아 달리기 시작하자 또 다시 멋진 노르웨이 풍광들이 펼쳐진다. 피요르드도 멋지지만 가끔은 피요르드인가 싶은 거대한 호수도 펼쳐져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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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곡 사이를 지나는 길 앞에서는 병풍처럼 앞을 가로막고 선 산의 위세가 대단하다. 산 중턱에는 아직 다 녹아 내리지 않은 눈과 얼음 바위가 빗물에 조금씩 녹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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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길을 달리다 보면 섬뜩한 표지판을 가끔 만나게 된다.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여인의 사진처럼 보이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면 여인의 얼굴 반쪽이 사라져 가는 모습의 사진이다. 글의 내용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과속하지 말라는 표지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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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러 번 페리를 이용해야만 길을 나아갈 수 있었다. 게 중에는 피요르드를 건너는 것이 아니고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호수를 건너는 페리도 있었다. 이제는 페리 타는 일이 익숙해지고, 또 페리 타는 동안 잠시 쉬면서 멋진 노르웨이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여유도 많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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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때 쯤 이름 모를 작은 마을에서 잠시 쉬었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동네 구경도 하고. 이렇게 작은 마을인데도 삶의 수준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 가게들도 무척 깨끗하고, 동네 주민들의 모습에서 여유가 묻어난다. 마을 앞에는 피요르도 쪽으로 어김없이 선착장이 있고, 아름다운 요트들이 정박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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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스웨덴에 출장 갔을 때 작은 시골 마을에도 호숫가에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것을 보면서 이들이 얼마나 잘 사는지 실감했었는데, 노르웨이는 그보다 더 잘 사는 나라다. 요트를 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스웨덴에서 봤던 요트들보다 훨씬 비싸 보이는 요트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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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을 재촉하자 또 다시 페리가 나온다. 페리 위에서 바라 본 먼 산의 모습이 장관이다.

날씨는 비가 조금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했고, 오후 5시가 다 될 즈음 아틀란틱 로드에 가까워지면서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아틀란틱 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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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틱 로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대우 윈스톰’ 광고에서였다. 폭풍이 불고 큰 파도가 치는데 상상도 못했던 멋진 다리 위로 폭풍을 뚫고 윈스톰이 주행하는 장면이었다. 아니 세상에 저런 멋진 다리가 실제로 있단 말인가? 그 후 멋진 장소를 찾아 다니며 자동차 사진 찍는 일을 하게 되면서 가끔 그 다리 생각이 났다. 언젠가 그 곳에 가서 자동차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그러다가 우연히 그 다리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었고, 그 다리가 노르웨이에 있는 아틀란틱 로드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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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에 북유럽 자동차 투어를 기획하면서 최종 목적지를 아틀란틱 로드로 정하게 된 것이다. 그 아틀란틱 로드가 이제 멀지 않다. 그런데 비가 조금씩 내린다. 사진은 날씨가 정말 중요하다. 아무리 멋진 배경이라도 날씨가 흐려서는 최고의 사진을 얻을 수가 없다. 한국에서 이 먼 노르웨이 서쪽 해안까지 찾아 왔는데 날씨가 흐리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 비가 오다가도 언제 멋진 하늘을 연출할 지 모르는 것이 날씨다.

아틀란틱 로드를 불과 몇 km 남겨 놓은 지점까지 왔을 때 전방에 기대하지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저 멀리 하늘에 무지개가 나타난 것이다. 아직 멀긴 하지만 방향으로 봤을 때 아틀란틱 로드 쪽이었다. 그 때부터 흥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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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저 무지개가 아틀란틱 로드 다리 위에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닐까? 바위 섬을 지나면서 드디어 아틀란틱 로드가 나타났다. 그리고 저 멀리 그 멋진 다리도 보인다. 무지개도 아직 하늘 위에 떠 있다.

“우와! 이 무슨 행운이란 말인가? 지구 반대편에서 저 다리 사진을 찍겠다고 달려 와서 단 하루 머물다 갈 바로 오늘 이 시간에 저 다리 위에 무지개가 뜨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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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이번 여정을 축복이라도 하듯이 펼쳐진 무지개를 바라보며 흥분은 고조에 달했다. 빗방울은 여전히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먼저 아틀란틱 로드 끝까지 한 번 주행하면서 동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다리와 CLS 슈팅브레이크 촬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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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가 워낙 하늘 높이 떠 있다 보니 차와 다리와 무지개를 한 앵글에 다 넣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무지개가 하나 더 나타났다. 쌍 무지개다. 원래 있던 무지개만큼 선명하진 않지만 분명 바깥 쪽에 하나가 더 나타난 것이다. 무지개를 앵글에 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좀 멀리 떨어져서 다리와 무지개와 자동차를 한 화면에 담았다. 그러고도 다양한 앵글로 촬영을 시도하는 중 무지개가 조금씩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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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만남을 축복하는 무지개가 사라지고도 촬영은 계속 됐다. 다리 건너편에서 앵글을 잡고 있는데 이번에는 큰 구름 사이로 빛이 쏟아지면서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또한 축복이었다. 급하게 차의 한 쪽 면만 닦고 촬영하지만 금새 빗방울이 또 차 위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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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에 올라가서도 촬영했다. 다리 위에 올라서자 여러 개의 섬들을 잇는 아틀란틱 로드가 마치 움직이는 뱀처럼 구불거리는 모습이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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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에 서 있는데 사이클 선수로 보이는 이들이 다리를 건너 왔다 갔다 하면서 운동 중이었다. 마침 내 곁을 지나길래 사이클 선수도 한 장 찍었다. 나중에 이야기를 나눠보니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온 선수란다. 나도 다음 주에는 크라쿠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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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어느 정도 충분한 사진을 찍고 나자 해가 구름들을 보디가드 삼아 대서양 아래로 사라져갔다. 충분했다. 원래는 이날 촬영이 시원찮으면 다음날 새벽에 한 번 더 촬영에 도전할 계획이었지만 이것으로 충분했다. 이번 여정의 꼭지점을 완벽하게 찍은 것이다. 맑은 하늘의 환상적인 노을은 아니었지만,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쌍 무지개와 비 내리는 큰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은 최고의 날씨로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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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에는 호텔에서 편하게 쉬고, 내일 아침에는 여유 있게 돌아가는 여정을 시작하면 되겠다. 숙소는 아틀란틱 로드에서 다시 남쪽으로 내려와서 몰데에 잡았다.

 

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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